박근혜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 정당화 못해”

박근혜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 정당화 못해”

입력 2012-09-24 00:00
업데이트 2012-09-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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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자신의 과거사 인식 문제에 대한 입장을 새로 정리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5ㆍ16쿠데타, 유신, 인혁당 사건 등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어두운 역사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대선주자로서의 첫 공식 사과이며, 지난 10일 자신의 ‘인혁당 두 개 판결’ 발언 논란으로 과거사 논쟁이 전면에 부상한 지 2주일 만이다.

그동안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박 후보가 기자회견을 자청, 유신ㆍ인혁당 피해자 및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하고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는 대선판 초반의 첫 승부처로 인식되는 추석 연휴(9ㆍ29∼10ㆍ1)를 앞두고 역사인식 논란에 대한 특단의 입장과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짙은 회색 정장차림의 박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정각 당사 4층에 위치한 기자실을 찾아 바로 단상에 올랐다.

박 후보는 과거사 이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프롬프터를 활용, 10분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회견에서 정치인이자 대선후보로서 과거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딸로서 부친에 대한 견해를 분리해 접근했다.

그는 “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18대 대통령 후보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며 “그런 점에서 5ㆍ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기존에 ‘박정희 시대’의 공과(功過)를 병렬적으로 나열했던 것과는 달리 ‘과’에 포커스를 맞춘 셈이다. 이는 대선후보로서 과거사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맞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또한 박 후보는 ‘인정’(人情)에 대한 호소도 곁들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하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며 “국민이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저도 대통령을 아버지로 두었기에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며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를 흉탄에 보내드리고 개인적으로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했다”며 개인적 고뇌도 소개했다.

다소 상기된 표정의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의 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것으로 10분간의 회견을 마쳤으며, 부산 방문 일정을 위해 언론과의 질의응답은 생략한 채 곧바로 당사를 떠났다.

박 후보는 당사를 나서며 “마지막 사과라고 보면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말씀드린 내용에 모든 게 함축돼 있고 앞으로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제 진심을 받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적이든, 공적이든 이런 수위의 발언은 처음”이라며 “가슴으로 말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박 후보는 회견에 앞서 자정을 넘겨서까지 회견문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초안에는 사과의 구체적 표현 등이 빠졌지만 수차례 수정을 거듭, 사과 수위가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한 참모는 “후보가 평소의 생각을 회견에서 밝힌 것”이라며 “후보가 직접 회견문을 작성하고 참모들은 옆에서 거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캠프 참모들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시중 여론 등을 취합, 직ㆍ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을 참고해 박 후보가 사과 관련 표현 등을 취사선택하면서 회견문을 직접 다듬었다는 것이다.

한편, 박 후보는 회견문을 읽는 과정에서 ‘인혁당’을 ‘민혁당’이라고 잘못 발음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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