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사진 연구가 정성길씨 공개, 日 부정·교과서 왜곡에 분개…고발하는 심정으로 공개 결심
1923년 일본 간토(關東)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 현장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공개됐다.기록사진 연구가인 정성길(72)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이 소장한 것으로, 최근 일본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고교 역사 교과서에 ‘학살’ 표현을 빼기로 한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공개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大正 十二年 九月一日’(다이쇼 12년 9월 1일)이라고 적힌 사진은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들을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 제공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 제공
사진에는 간토대지진이 일어난 때인 ‘다이쇼 12년 9월 1일’(大正 十二年 九月一日)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한 사진 속에는 하의가 벗겨진 시신 수십 구가 나열됐고, 옆에서 기다란 막대기를 들고 있는 남성들이 시신을 바라보고 있다. 또 다른 사진은 부패한 시신들이 겹겹이 쌓인 장면을 담고 있다.
정 명예박물관장은 “개가 죽어도 비석을 세울 정도로 장례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이 자기 나라 사람이라면 죽은 사람의 시신에서 하의를 벗겼겠느냐”면서 “남성들은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자행한) 일본자경단(自警團)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간토대지진 학살 사건은 일본 정부가 규모 7.9의 대지진 후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집어넣었다’는 등 유언비어를 퍼뜨려 흥분한 일본인들이 재일 조선인 수천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고교 일본사 부교재에 “대지진의 혼란 와중에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됐다”라는 문장을 내년부터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석에는 대지진의 와중에 ‘조선인이 귀중한 목숨을 빼앗겼다’고 적혀 있다”로 바꿀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