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女, 남의 이름 빌려 ‘뽐뿌’에다가…

국정원女, 남의 이름 빌려 ‘뽐뿌’에다가…

입력 2013-02-05 00:00
업데이트 201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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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불법 개입 의혹을 받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29)씨가 실명 인증이 필요한 사이트 두 곳에서 지인 A씨 명의로 아이디(ID)를 만들어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일반인까지 동원해 인터넷 여론 조작을 꾀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4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본인과 A씨의 이름으로 두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중고차 매매 사이트 ‘보배드림’에 정치·사회 이슈와 관련한 글을 썼다.

쇼핑 정보 사이트인 ‘뽐뿌’에도 38차례에 걸쳐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경찰은 “해당 사이트는 김씨가 집중적으로 활동한 ‘오늘의 유머’(오유)와 달리 가입 때 실명 인증이 필요해 A씨 이름을 빌린 것 같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지인이 아이디를 제공했다”고 진술했으나 A씨 역시 김씨의 아이디 5개를 돌려 쓰며 ‘오유’에 정부, 여당을 옹호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두 사람이 여론 조작을 위해 여러 아이디를 동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은 “김씨와 A씨가 작성한 글마다 매번 수십개의 비슷한 아이디가 등장해 ‘줄추천’ 하는 모습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려 했으나 출석을 거부해 강제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국정원 직원은 아니라고 밝혔다.

국정원 측은 “우리 직원은 통상 지인과 함께 방첩 활동을 한다”면서 “명의를 훔친 것도 아니고 간첩 잡는 데 뜻이 있는 사람과 협조한 게 무슨 문제냐”고 반박했다.

경찰의 사건 축소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김기용 경찰청장은 이날 “수사 과정에서 어떤 왜곡이나 은폐도 없었다”면서 “면밀하게 수사하다 보니 사회·정치적 글이 추가로 발견된 것일 뿐 사실을 왜곡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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