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女생도, 행군 중 다쳐 군장 풀라고 하자…

ROTC 女생도, 행군 중 다쳐 군장 풀라고 하자…

입력 2013-02-21 00:00
업데이트 201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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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 동계훈련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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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ROTC 동계 군사훈련에서 전체 110개 학교 중 1위를 차지한 성신여대 52기 학군단. 사진은 2011년 12월 창설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성신여대 제공
올해 ROTC 동계 군사훈련에서 전체 110개 학교 중 1위를 차지한 성신여대 52기 학군단. 사진은 2011년 12월 창설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성신여대 제공
학군사관후보생(ROTC) 동계 군사훈련에서 2년 연속으로 여자대학이 1위를 했다.

올 동계 군사훈련에서 성신여대 ROTC들이 종합 1위에 오르면서 지난해 숙명여대가 몰고 온 ‘여대 돌풍’의 기세를 이어갔다. 현재 110개 학군단 중 여대 ROTC는 숙대와 성신여대 두 곳뿐이다.

19일 성신여대에 따르면 ROTC 52기 29명은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까지 2주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진행된 동계훈련에서 전체 110개 학군단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화생방, 통신장비, 40㎞ 행군, 개인 화기, K201 공용 화기, 지휘 훈육 등 전체 6개 과목 중 화생방, 40㎞ 행군, 개인 화기를 중심으로 두드러진 성적을 냈다. 한 기수 후배인 53기 30명은 같은 기간 충북 괴산 훈련소에서 진행된 기초훈련에서 전체 10위를 했다. 두 기수의 성적을 합산한 결과 성신여대가 종합성적에서 1위에 올랐다.

여성 생도들은 체력 단련을 제외하고는 남성 생도와 모두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여성 후보생이 남성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에 대해 성신여대 학군단장 김지용(46) 중령은 “남성 후보생은 병역을 이행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장교의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병역 의무가 없는 여성 후보생은 본인의 강한 희망에 의해 장교가 되려 한다”면서 “자기 선택으로 군인이 된 만큼 군 생활 전반에 대해 매우 만족하며 열성적으로 훈련에 임한다”고 말했다.

훈련에 임하는 절실함이 더 강하다는 것도 점수가 높게 나오는 이유다. 임관 후 남성 군인들을 지휘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훈련은 태생적으로 부족한 체력을 채울 기회다. 이 때문에 자발적으로 훈련에 온 힘을 기울이게 만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중령은 “행군 중에 한 여성 후보생이 다쳐서 20㎏짜리 군장을 풀고 걸으라고 했지만 남들과 똑같이 하겠다며 그대로 완주하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면서 “무릎이 골절됐는데 끝까지 훈련을 한 후보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여대 ROTC가 번갈아 가며 군사훈련에서 1위를 차지하자 여성 ROTC를 보는 남성들의 시선도 바뀌고 있다. 성신여대 ROTC 52기 신세라(23) 후보생은 “처음엔 남자 후보생들이 ‘뭐하러 왔느냐’는 식으로 대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진짜 잘한다’며 칭찬하기 바쁘더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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