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논란’ 김종훈 기용 배경엔 안철수가?

‘미국인 논란’ 김종훈 기용 배경엔 안철수가?

입력 2013-02-21 00:00
업데이트 201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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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진대제前장관 닮은꼴

정치권과 재계에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비슷한 이력이 화제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 다 정치와 무관하게 살다 단박에 온 나라가 주목하는 인물이 됐고, 탁월한 능력으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족적을 남겼다. 과거 진 장관의 행보를 거울 삼아 “김 후보자를 정치적 카드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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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공부하며 자수성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중국적 논란에 휘말린 점도 같다.

어린 시절 판자촌에서 자란 진 전 장관은 어렵사리 미국 유학에 나서 휴렛팩커드와 IBM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김 후보자 역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하루 두 시간씩만 자고 일하며 존스홉킨스대를 졸업했고,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벨 연구소도 잘 이끌었다.

다만 오랜 미국 생활 탓에 진 전 장관은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로 취임 전 곤욕을 치렀다. 김 후보자 역시 본인이 국적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스타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는 점도 같다. 진 전 장관은 삼성의 반도체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김 후보자도 자신이 1992년 미국에 세운 벤처회사 ‘유리시스템즈’를 루슨트에 10억 달러에 매각해 한때 미국 내 400대 부자에 들기도 했다.

무리하거나 욕심내지 않는 유연한 리더십도 유사하다. 진 전 장관은 정통부 재직 당시 합리적인 업무 처리 방식으로 관료주의 문화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후보자의 경우 2001년 벨 연구소 소장직 제안을 고사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가 13명이 배출된 곳에서 존경받으며 일하기에는 아직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후보자는 진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실세 장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진 전 장관은 2004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8대 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IT839’ 전략을 내놨다. 사업 영역이 겹치는 타 부처의 반발을 과감히 물리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김 후보자가 맡게 될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옛 정통부를 능가하는 위상을 갖추면서 명실상부한 정보통신기술(ICT)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게 됐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이곳에서 찾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김 후보자가 가진 상징성에만 집착해 ‘정치적 카드’로 쓰려 할 경우 진 전 장관 때와 마찬가지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진 전 장관은 2006년 지방선거에 당시 여당(열린우리당)의 압박에 못 이겨 원치도 않던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다 낙선하고 정치권을 떠났다. 당시 “국가 십년대계를 내다보며 열심히 일하던 장관을 정치꾼들이 망가뜨렸다”는 비난이 거셌다.

김 후보자 역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맞서기 위해 박 당선인이 내세운 ‘히든카드’라는 분석이다. 자칫 ‘안풍’이 거세질 경우 김 후보자도 맞대결을 위해 선거에 차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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