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이어 청와대도 ‘기준금리 인하’ 압박

당·정 이어 청와대도 ‘기준금리 인하’ 압박

입력 2013-04-04 00:00
업데이트 2013-04-04 00:4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조원동 수석 “내려주면 더 좋죠” 한은 “추경 축소 의도… 불쾌”

이미지 확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정부와 정치권에 이어 청와대도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치적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우리 경제가 미미하지만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그동안 당·정·청과는 다소 다른 입장이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주면 더 좋죠”라고 말했다. 추경 편성과 이에 따른 금리의 영향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지만 기준금리에 대한 청와대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조 수석은 “추경을 통해 시장에 국채 물량이 나오면 국채 가격이 떨어져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수석의 금리 인하 발언으로 한은은 더욱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11일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금리를 동결하면 엇박자라는 지적이 예견돼 있기 때문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내려 추경 편성 규모를 줄이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예산 편성에 참여한 사람들이 대거 추경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공격이 예상되자 그 희생양으로 한은이 선택된 것 같다”며 불쾌해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김 총재가 1년여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논란이 커지자 해명 자료를 내고 “원론적인 내용을 언급한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했다.

앞서 김 총재와 조 수석은 2일 시내 한 호텔 식당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기준금리를 둘러싼 당·정의 인하 압박이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논의도 있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3-04-04 6면
많이 본 뉴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