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 1차 후보자 선정…탈락 이산가족 실망·한숨

한적, 1차 후보자 선정…탈락 이산가족 실망·한숨

입력 2013-08-24 00:00
업데이트 2013-08-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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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지…그러려니 해야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1차 후보자 추첨이 진행된 24일 대한적십자사(한적) 본사 4층 강당에는 북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같은 마음을 가진 고령의 이산가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지만, 탈락을 확인하고서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평안남도 개천 출신으로 4남매 중 장남인 현춘국(81·서울 동대문구) 할아버지는 북한에 있는 동생들을 만나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1950년 6월 18세의 나이에 인민군에 강제징집되면서 가족과 헤어졌고 한 달도 안 돼 포로가 되어 남한에 남게 됐다.

그는 2005년께 중개인에게 150만 원을 주고 중국을 거쳐 북한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다며 남동생이 그해 9월에 보내온 편지를 공개했다.

현 할아버지의 남동생은 편지에서 자신은 40대 후반까지 군관(장교)으로 복무했고 여동생은 군관에게 시집을 갔다며 형제들의 소식을 전해왔다.

현 할아버지는 동생의 편지를 받고도 동생들을 만날 수 없어 마음이 답답하다며 “언젠가는 만나겠지”라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상봉 후보자 추첨을 마치고 유중근 한적 총재는 추첨장을 찾은 맹화순(94·북청 출신) 할아버지를 만나 누구를 만나려고 상봉 신청을 했느냐고 묻기도 했다.

맹 할아버지는 “나보다 10년 어린 마누라와 딸을 만나려고 한다”고 대답하자 유 총재가 “꼭 (상봉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의 말을 전했지만,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1·4 후퇴 당시 흥남부두를 통해 북한을 탈출한 맹 할아버지는 “고향을 떠날 때 딸은 태어난 지 2개월밖에 안 됐었다”며 말을 더 잇지 못했다.

황해도 옹진군 출신으로 1950년 가을 여동생 1명과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 이재화(88) 할머니도 현장에서 탈락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그는 고향에 있는 7명의 동생을 만나려고 상봉 신청을 했다며 “고향을 떠날 때 5살이었던 막냇동생이 제일 눈에 밟힌다”고 말했다.

이날 추첨장을 찾은 10여 명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1차 후보자로 선정된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 인선위원회 위원인 김성근 국제남북국장은 “상봉 신청자는 너무 많은데 적은 수의 후보자를 뽑아야 하니 추첨은 절대적으로 공정한 기준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원산 출신인 김봉락(83) 할아버지는 “북한 당국은 출신성분이 괜찮은 사람만 이산가족 상봉에 내보내는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애초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기준을 정해서 보내오면 내가 애초에 기대도 안 할 텐데 막연한 희망만 품고 있으려니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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