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 떠돌던 방화범…사망 열흘째 장례 못치러

객지 떠돌던 방화범…사망 열흘째 장례 못치러

입력 2013-10-22 00:00
업데이트 2013-10-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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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드림을 안고 한국에 와 객지를 떠돌다 방화범이 된 조선족 김 모(45) 씨가 사망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병원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장례조차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8일 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지구촌사랑나눔의 쉼터 1층 이주민무료급식소(식당) 한구석에 쌓여 있던 종이에 불을 붙인 뒤 4층 숙소로 올라갔다가 불이 번지자 뛰어내라는 과정에서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고 나흘만인 12일 밤 숨졌다.

장례는 쉼터를 운영하는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이 맡아서 치르기로 했지만 그 역시 불에 타버린 급식소와 손상된 쉼터 건물 복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처지여서 946만원이나 되는 치료비 마련이 쉽지 않다.

김 씨의 친형과 여동생도 한국에 와 있지만 이들이 치료비를 내고 장례를 치를 형편은 못된다.

김 이사장은 22일 “사건 당일 방화범이 쉼터 이용자라는 말을 듣고 화가 나 병원으로 뛰어갔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는 김 씨를 보고는 목회자로서 그를 용서했고 장례까지 치를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장례식을 빨리 치르기 위해 병원 측에 치료비 감면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병원 측에서 일부라도 감면을 해 주면 내일이라도 장례를 치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방화를 저지른 김 씨는 중국과 북한 접경지인 지린(吉林)성 투먼(圖們) 출신으로 4개월여 전인 지난 5월 취업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 아내와 이혼하고 아이 둘을 노령의 부친에게 맡긴 뒤였다.

단기종합(C-3) 비자로 들어와 3개월간 기술교육을 받으면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머물던 여관에서 여권과 신분증이 든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려 기술교육을 받지 못해 결국 불법체류자가 됐다.

오래전 한국에 와 있던 그의 형 김 모(54) 씨는 “동생은 중국에 있을 때 현지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했지만 한국에 와 이렇다 할 일자리 없이 쉼터를 전전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촌사랑나눔 쉼터를 운영하는 김해성 목사께서 장례까지 치러준다니 뭐라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루빨리 장례를 치르고 그의 혼백을 한국의 산천에 뿌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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