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박-비박 갈라서나…속내는 “네가 나가라”

與 친박-비박 갈라서나…속내는 “네가 나가라”

입력 2016-05-18 11:22
업데이트 2016-05-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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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비박 나가면 국정 더 잘돼” vs 비박 “친박 없으면 계파 소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무산으로 내홍에 휩싸인 새누리당이 이대로 가면 결국 둘로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자숙 모드’를 이어온 주류 친박(친박근혜)계가 다시 전면에 나서 비주류 일색의 비대위와 혁신위원장 선출을 무산시키는 위력을 과시함에 따라, 앞으로 친박과 비박(비박근혜)계 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야당이 친노(친노무현)계와 비노(비노무현)계로 나뉘어 싸우다 결국 ‘분당’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새누리당 역시 친박과 비박의 ‘한 지붕 두 가족’ 동거가 점점 힘들어지는 분위기다.

야당의 분당 국면에서 친노와 비노가 서로 “저 사람들이 여당보다 더 싫다”는 말이 나왔듯, 친박과 비박 사이의 감정의 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비박계 의원은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비박계 임시지도부가 싫었다고 해도 친박계가 이처럼 지도부 공백 상태를 장기화시킨 것은 제 발등을 찍은 격”이라며 “앞으로 친박계와는 함께 가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다가 친박 측의 비토로 물러난 김용태 의원은 야당보다 오히려 친박계를 ‘주적(主敵)’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그들(친박)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9일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그 내용은 함구했다. 주변에선 친박계에 대한 선전포고, 대통령 탈당 요구 등이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온다.

정두언 의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정체성은 특정인에 대한 충성심이다. 이런 패거리 집단에 있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는 친박계 안에서도 감지된다.

친박 핵심인 김태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분당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난다’는 옛말처럼 정당은 이념과 생각, 목표와 방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당설은 새누리당 비주류와 국민의당의 연합 가능성, ‘친노당-친박당-중도정당’의 3당 체제 탄생 가능성 등을 거론하는 정계 개편 시나리오와도 맞물려 있다.

그러나 사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 같은 ‘분당설’이 기우일 뿐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새누리당의 구성원들은 “나가면 죽는다”라는 공감대가 오래전부터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2000년 총선을 앞두고 ‘허주’ 김윤환 전 의원이 신한국당을 탈당해 만든 민주국민당,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한국미래연합 등이 모두 실패로 끝나는 등 현재 야권과 달리 여권의 분당 실험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계로 양분돼 여야 사이보다 더 심하게 싸웠던 2007년 경선 국면에서도 분당 얘기가 빈번했다. 그러나 당시 이명박·박근혜 경선후보가 모두 야당 후보의 지지율을 앞설 만큼 정치적 환경이 좋았음에도 서로 “당신들이 나가라”는 말만 주고받았다.

2012년 19대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의 ‘친이 학살’이 이뤄질 때도 집단 탈당과 분당 움직임이 있었으나 역시 ‘찻잔 속 태풍’으로 귀결됐다.

당 관계자는 “밖에 나가면 시베리아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는데, 누가 나가겠느냐”면서 “말만 저렇게 할 뿐 얼어죽기 싫어서 아무도 안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친박과 비박은 지금도 서로 “너희가 나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2001년 흥행 영화 ‘친구’의 명대사 “네가 가라 하와이”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지금 사실 계파는 친박계 하나이고, 비박계라는 것은 사실 친박이 아닌 사람들을 묶어 부르는 것이니 계파라고 할 수도 없다”면서 “친박계만 없어지면 계파 갈등이 없어지니 친박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박계가 당을 나가는 게 싫다면 대통령이 탈당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대통령이 탈당하면 ‘친박’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소멸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한 친박계 의원은 “비박계가 당을 나가주면 오히려 국정이 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은 “당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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