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한명숙·이창동·박재동 설득에 ‘임기단축’ 접어”

“盧, 한명숙·이창동·박재동 설득에 ‘임기단축’ 접어”

입력 2016-08-25 09:13
업데이트 2016-08-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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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 전 대변인, 참여정부 5年 어록 ‘대통령의 말하기’ 출간…“한중정상회담 때 盧넥타이에 이상물체…클립으로 판명, 참모들 진땀” “2006년 ‘신당 반대’ 靑발표문은 盧친필메모”

「…이병완 비서실장과 이호철 비서관 등 참모들은 ‘임기단축’을 조건으로 내세우면 될 개헌도 안 된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설득했다.

침울한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명숙 총리가 12월 29일 그를 총리공관의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이창동·문성근·박재동·황지우씨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들을 만난 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들이 다 떠난 줄 알았는데….”

한 총리와 이들의 설득으로 그는 임기를 마칠 때까지 두 번 다시 사임이나 임기단축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단호하게 말하지만 임기단축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대통령 연임제를 핵심으로 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위해 중도사임·임기단축 발언을 언급함으로써 정치권을 빅뱅에 빠뜨렸던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일화다.

참여정부 때 두 차례 청와대 대변인과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노무현의 필사’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25일 펴낸 ‘대통령의 말하기’(위즈덤하우스 출판)에는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을 토대로 한 말하기 노하우는 물론 일화들이 담겨 있다.

◇ “‘신당을 반대한다’ 靑발표문 친필메모 직접 건네” = 2006년 11월 당청 갈등 심화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고비에 처해 있을 때였다. 윤 대변인이 일정 점검차 관저에 올라가자 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친필로 쓴 메모를 직접 넘겨줬다.

“나는 신당을 반대한다. 신당은 지역당을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을 지킬 것이다. 당적을 유지하는 것이 당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탈당하는 것이 당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춘추관에서 그대로 발표하라며 ‘문장 하나, 낱말 하나도 절대로 바꾸지 말라’고 지시했다. 여당 일각에서 추진되던 신당 움직임에 대한 입장이었다. 외부로 발표한 대통령의 입장을 직접 메모로 작성해 대변인에게 넘겨준 것은 재임 5년 동안 이때가 유일했다고 이 책은 적고 있다.

◇가슴졸인 대통령 ‘말씀카드’ 해프닝 = 2005년 아세안+3 다자회의가 열린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때 예정에 없던 한중정상회담이 갑자기 잡혔다. 회담중 제1부속실 행정관이 의아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오더니 “대통령의 넥타이에 이상한 물체가 묻어있다”고 말했다. 회담이 한창이어서 확인을 위해 접근할 수 없었다. 참모진 모두 문제의 ‘이물질’때문에 가슴을 졸이며 회담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회담 직후 확인하자 넥타이에 붙어 있는 물체의 정체는 철제 클립이었다. 참모들이 부랴부랴 만들어 보고한 A4용지 3분의 1 크기의 말씀자료 카드를 대통령이 회담이 시작된 후 훑어보고 안주머니에 넣는 과정에서 클립이 넥타이에 낀 것이었다. 작은 해프닝이었지만 참모들은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 “미국산 쇠고기 선물에 ‘안 받겠습니다’” = 대통령직을 끝내고 봉하마을 사저에 살 때 일이다. 일부 방문객들이 “인터넷 카페 회원들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드리겠다”고 했다. ‘미국산 쇠고기’였다.

노 전 대통령은 “말하자면 야유하시는 것 같은데 미국산 쇠고기를 저한테 꼭 선물해야 될 이유가 뭘까요?”라고 반문했다. 계속해서 선물을 받아달라고 하자 그는 “그냥 가세요. 안 받겠다. 그렇게 사람을 야유하는 법이 아니지요. 토론은 토론장에서 하는 것이고 그런 방식으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임 기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 데 따른 일부 방문객의 조롱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단호한 화법을 사용했다는 것.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일하는 동안 받아 적은 노 전 대통령의 말 분량이 업무 노트 100여권, 포켓 수첩 500여권, 1천400여 개의 한글 파일로 쌓였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 대통령의 말하기 원칙과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고 윤 전 대변인은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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