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지급보장 명문화’ 언급 배경
정부 “어떤 경우에도 연금은 계속될 것”정부 부채로 잡혀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국부펀드 지위 상실…과세면제 사라져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반대의견에 무산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문 대통령은 “기금 고갈이라는 말 때문에 근거 없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지급 보장 명문화를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낸 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불식하고 싶다”며 “어떤 경우에도 연금은 계속될 거라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조를 같이 했다.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은 모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고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도 논쟁이 일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법에 명시된 지급 보장 규정을 근거로 지난해 각각 2조 3000억원, 1조 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지금처럼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혀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들은 우리처럼 거액의 적립금을 쌓지 않고 해마다 보험료를 받아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급 보장이 필요 없다. 논란이 거세지자 주무장관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추상적인 내용일지라도 지급 보장 명문화를 검토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지급 보장 명문화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면 대외 신인도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회를 중심으로 지급 보장 명문화 시도가 있었지만 기재부가 “국민연금이 정부 부채로 잡히면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국가 재정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반대해 번번이 무산됐다.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면 정부 자산으로 투자하는 ‘국부펀드’ 지위를 유지할 수 없어 미국 등 해외 국가가 제공하는 과세 면제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추상적으로 지급 보장을 하면 더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할 것이고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며 “중병(重病)이 되기 전에 예방주사를 놓는 개혁안 중심의 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창우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지급 보장 명문화로 국민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연금 개혁은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기본 원칙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8-08-28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