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포럼] 고노 “일본 반성부터 하라… 그것도 확실하게”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은 아베 신조 총리의 군사대국화 등 우경화 움직임에 대해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과거 항구적인 군사대국화 포기를 선언한 ‘후쿠다 독트린’을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고노 전 의장은 14일 한·일 국제 포럼 초청 특별강연에서 “일본은 과거 한국에 일본의 가치관을 강요한 역사적 사실을 진지하게 직시하고 확실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사실이 반드시 전제돼야만 한국과 일본이 ‘진정한 친구’로서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의 ‘대등하고 상호 유익한 협력 관계’가 ‘일본의 반성’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는 지난해 총선 승리로 재집권한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일본 군사대국화 기조에 대해 후쿠다 전 총리의 1977년 필리핀 마닐라 연설인 ‘후쿠다 독트린’을 거론했다. 그는 “일본이 군사 강국이 되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쿠다 독트린의 원칙은 일본 외교의 중요한 기본 방침”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오늘날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아베 정부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반대의 뜻도 분명히 밝혔다.

고노 전 의장은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에는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와 ‘청구권에 의거한 배상’이 전혀 규정돼 있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음에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조약을 체결한 것은 전략적인 큰 결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998년까지 일본 측이 명확한 문서로 사죄하지 않은 건 부당한 처사였다”며 “양국 관계를 인의를 바탕으로 구축하려 했다면 (과거사 사죄 문서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이 한·일 관계의 기초를 닦은 지도자라는 점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서로 일방적인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노 전 의장은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동북아의 핵 위기에 대해 한·일 공동의 이익 추구를 위한 긴밀한 협력관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노 전 의장은 “12년 전 일본 외상으로 일했던 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며 “2001년 한국 청년이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도쿄역에서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선로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은 일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일 간 가교를 꿈꾸며 일본에 유학 온 한국 청년의 행동은 많은 일본인의 마음에 남게 됐고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됐다”며 2001년 1월 26일 숨진 이수현씨를 추모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