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성능’ 軍 안팎 반대여론에 부담… 정치적 판단 작용했다

‘스텔스 성능’ 軍 안팎 반대여론에 부담… 정치적 판단 작용했다

입력 2013-09-25 00:00
업데이트 201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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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전투기 기종 ‘F15SE’ 부결 배경은

정부가 24일 차기전투기(FX) 사업을 재추진키로 결정한 이유는 F15SE의 스텔스 성능에 대한 우려와 함께 최근 군 안팎에서 끓어오른 부정적 여론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독 후보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 상정됐던 F15SE로선 ‘비(非)스텔스기’ ‘구형 전투기’의 이미지를 희석시키지 못한 것이 뼈아팠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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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잉의 F15SE가 차기전투기(FX) 사업의 기종으로 채택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에서 열렸다. 좌석 오른쪽부터 강병주 합참 전력부장, 유영조 전력정책관, 이용대 전력자원관리실장. 사진 뒤쪽으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미국 보잉의 F15SE가 차기전투기(FX) 사업의 기종으로 채택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에서 열렸다. 좌석 오른쪽부터 강병주 합참 전력부장, 유영조 전력정책관, 이용대 전력자원관리실장. 사진 뒤쪽으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F15SE를 낙점할 경우 2017년부터 30년간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활약해야 하지만 수년 내 전력화를 앞둔 일본의 F35A와 중국의 J20, 러시아의 T50 등 주변국의 스텔스 기종들과 맞서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역대 공군참모총장 15명이 지난달 말 박근혜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건의문을 보내 스텔스기 구매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안보자문단 소속 예비역 장성과 자문위원들도 여러 경로로 F15SE에 대한 반대 의견을 청와대와 국방부에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방추위 위원 대부분이 부결에 동의했다”면서 “역대 공군참모총장의 집단 성명 등 여론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의 종합평가 중 공대지·공대공 임무 수행 능력 평가에서 F15SE가 경쟁 기종인 F35A보다 현격하게 뒤진 것으로 나타난 점 또한 방추위 위원들의 부결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제적인 신용 추락과 미국 보잉사와의 법적 분쟁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추진을 결정했다. 방추위의 결정에 대해 보잉은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면서 “현재 선택 가능한 사항에 대해 검토 중이며 이번 결정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결정이 F15SE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이용해 미 공군이 입찰 당사자로 나선 F35A를 구매하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F15SE를 부결시킨 이유로 북핵, 안보 상황, 세계 항공 기술 발전 추세 등을 거론했지만 북핵 위협과 스텔스 기능을 지닌 5세대 전투기의 부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추진 사유로는 옹색하다는 얘기다.

또한 국방부는 “예정대로 2017년에 차기전투기의 전력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출발점부터 다시 이뤄지는 만큼 실전 배치는 1~2년 늦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진수 한양대 교수는 “F15SE와 F35A, 유로파이터 등 3개 기종은 2년간 평가한 데이터가 있지만 그동안 달라진 점들이 있어 전력화 시기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3-09-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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