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품 이어 군수품도 시험성적서 위·변조 적발

원전 부품 이어 군수품도 시험성적서 위·변조 적발

입력 2013-11-11 00:00
업데이트 2013-11-1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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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복·식재료에서 수리온 헬기 등 핵심장비 부품까지 무기 성능과 내구성에 문제 발생 우려도 제기

원자력발전소 부품에 이어 군용 장비에 쓰이는 부품과 원재료의 품질 서류도 대거 조작된 것으로 11일 드러났다.

34개 군납업체가 최근 3년간 피복·식재료부터 전차, 자주포, 헬기 등의 무기체계에 쓰이는 부품에 이르기까지 125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것으로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의 조사결과 확인됐다.

특히 군용 부품의 경도나 인장 강도가 기준에 미달하는데도 규격을 충족하는 것으로 성적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례도 다수 적발돼 무기체계의 성능과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예컨대 손상된 전차를 구조, 정비하는 구난전차는 납품업체 3곳이 브래킷, U-볼트, 판 등의 부품을 공급하면서 무려 73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다. 니켈(Ni) 함량이 8.02%로 나오자 규격(9.0∼13.0%)을 충족하는 9.32%로 위조한 사례도 있다.

우리 군의 핵심 무기체계인 K-9 자주포(사거리 40㎞)도 납품업체 3곳이 차량걸쇠, 밀대, 절연판 등 13건의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제출했다. 인장강도가 규격 대비 20% 미달하는 11.0이나 성적서에는 13.8로 허위 기재한 경우도 적발됐다.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한 기동헬기 수리온은 납품업체 2곳이 와이퍼조립체와 APU 시동모터 등 3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다.

장병들이 소비하는 피복과 식재료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군 조종사용 가죽점퍼는 시험성적서 상 가죽의 두께가 위조됐고, 사출식 전투화는 앞 덮개용 가죽과 허리쇠 등의 시험성적서가 허위로 작성됐다.

군납 머스터드소스는 염분 함량이 1.20%에서 2.14%로, 들깻가루는 수분 함량이 3.36%에서 1.36%로 허위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공인시험기관이 발생한 시험성적서를 팩스로 기품원에 발송하면서 기재내용을 조작했다고 기품원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기품원은 이번에 적발된 시험성적서 위·변조 품목은 위험도가 낮은 비핵심 품목이고 핵심 품목은 기품원이 직접 품질검사를 하기 때문에 군용품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핵심 부품이나 원자재라도 규격에 미달하는 제품을 쓰면 장비의 내구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수십억 원짜리 전차도 불량 볼트 하나 때문에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군납업체가 제출하는 시험성적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기품원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공인시험기관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기만 했어도 성적서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군납업체가 위·변조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기품원 직원들의 과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감사결과 기품원 직원의 과실이 적발되면 엄중히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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