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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 연평도까지… 대한민국 영공, 빈틈은 없다

울릉도에서 연평도까지… 대한민국 영공, 빈틈은 없다

입력 2015-12-31 22:30
업데이트 2016-01-01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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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강윤혁 기자 F15K 초계비행 동승기

“새해에도 우리 공군은 적의 도발을 단호히 응징할 수 있는 전방위 대비태세를 유지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퍼져라, 대한민국 ‘희망의 빛’
퍼져라, 대한민국 ‘희망의 빛’ 우리 공군이 보유한 F15K 전투기와 E737(피스아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편대가 31일 울릉도 인근 동해 상공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뒤로하며 2016년 새해 영공 수호 의지를 다짐하고 국운 융성을 기원하는 초계(정찰) 비행을 하고 있다. 이날 새벽 대구 비행장을 이륙한 F15K 편대는 2시간 40여분간 울산 공업단지와 동해 울릉도, 강원도 평창, 인천 연평도 등 우리 국토 구석구석을 비행했다. 서울신문 강윤혁 기자는 국방부 취재단의 일원으로 F15K 전투기에 동승했다.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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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 상공 초계비행
서해대교 상공 초계비행 공군 11전투비행단 소속 F15K 편대와 E737 조기경보기 ‘피스아이’가 본격적인 서해안 시대를 연 서해안고속도로와 서해대교 상공을 초계비행하는 모습. 서해대교는 지난 3일 화재 발생으로 인해 통제됐다가 19일 다시 개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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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어 발사
플레어 발사 공군 11전투비행단 소속 F15K 편대와 E737 조기경보기 ‘피스아이’(선두)가 31일 동해 상공에서 태양을 배경으로 플레어를 발사하며 기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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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위에서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위에서 공군 11전투비행단 소속 F15K 편대가 E737 조기경보기 ‘피스아이’와 국토 균형 발전의 상징이자 첫 특별자치시인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상공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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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하늘에서 ‘엄지 척’
평창 하늘에서 ‘엄지 척’ 31일 공군 11전투비행단 소속 F15K 전투기 후방석에 탑승한 서울신문 강윤혁(오른쪽) 기자가 강원도 평창 상공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고 있다.
공군 제공
31일 오전 7시 17분 동해 울릉도 상공. 2016년 새해를 앞두고 전투 초계(정찰) 비행에 나선 11전투비행단 예하 110전투비행대대 비행대장 김성주(39·공사 48기) 소령의 새해 인사가 교신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이날 김 소령이 임무 편대장을 맡아 이끄는 4대의 F15K 전투기들은 2시간 40여분간 동해 울릉도에서 서해 연평도에 이르는 한반도 상공 1000여㎞를 초계 비행했다. 기자는 F15K 편대 3호기 후방석에 동승했다. 현재 ‘동북아 최강’이라 불리는 F15K 전투기는 최대 시속 2826㎞(마하 2.3)에 작전 반경이 1800㎞에 달해 대한민국 전역을 종횡무진하며 영공 수호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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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강윤혁(오른쪽) 기자와 공군 11전투비행단 F15K 조종사 이상혁 소령이 31일 초계비행을 마친 뒤 대구 비행장에 착륙한 전투기 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서울신문 강윤혁(오른쪽) 기자와 공군 11전투비행단 F15K 조종사 이상혁 소령이 31일 초계비행을 마친 뒤 대구 비행장에 착륙한 전투기 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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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오전 5시 20분 비행대원들은 대구 비행장의 브리핑실에서 임무 점검을 마치고 전투기 격납고인 이글루로 향했다. 오전 6시 55분 마지막 지상 점검까지 마친 4대의 F15K는 대구 비행장 활주로에서 굉음을 내며 차례로 이륙했다. 어둠 속 전투기 후미의 쌍발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두 줄기 빛이 순간적으로 비행장을 환하게 밝혔다. 기자가 탑승한 3호기 후방석 모니터 화면에는 시속 350㎞가 넘는 속도로 순식간에 2.6㎞ 상공까지 올라가는 전투기의 이륙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3호기 조종사인 110전투비행대대 3편대장 이상혁(36·공사 51기) 소령은 “이륙 시 주변에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이륙 각도를 25도까지 높여 빠르게 날아오른다”고 설명했다.

F15K 편대는 이륙한 지 5분여 만에 경북 경주와 포항을 지나 울산 상공에 도착했다. 새벽을 밝히는 공장 불빛과 도시의 네온사인들이 용광로처럼 흘렀다. 물고기 떼처럼 새벽 조업에 나서는 울산 앞바다의 고깃배들과 양초처럼 불빛을 밝힌 대형 선박들이 내려다보였다. 멀리 동해 상공에서 공중조기경보통제기 E737(피스아이)이 편대에 합류하기 위해 나타났다.

‘공중의 전투지휘사령부’라 불리는 피스아이는 24시간 한반도 전역에서 교대 임무를 수행하며 고성능 레이더로 적 항공기를 포착해 지상기지에 보고하고, 아군 전투기를 지휘·통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피스아이를 선두에 세운 F15K 편대는 서로의 날개를 5m 간격으로 유지하며 ‘V자’ 대형을 갖추면서 시속 500㎞로 울릉도와 독도 상공을 향해 날았다.

동해 상공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편대가 3.5㎞ 상공까지 고도를 높이자 이불 속 목화솜을 꺼내놓은 듯한 구름들이 펼쳐졌다. 20여분도 안 돼 울릉도 인근 상공에 도착한 편대 앞에 수평선 너머 구름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올랐다.

순간 F15K 편대는 열추적 미사일을 회피하기 위한 기만용 조명탄인 ‘플레어’를 10발씩 발사하며 좌우로 흩어지는 기동을 선보였다. 후방석에 탄 기자의 온몸에 체중의 4배에 달하는 중력이 가해졌다. 다리 끝으로 몰리는 혈류와 몸에 실리는 압력을 완화해 주기 위해 착용한 ‘G슈트’가 복부와 하반신을 꽉 조여 왔다. F15K 전투기 조종사들은 작전 수행 시 최대 9배의 중력을 견뎌야 한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구름 밑에 가려진 울릉도와 독도를 뒤로하고 편대는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다. 삼척과 강릉, 동해를 내려다보며 대관령을 넘으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건설된 스키 점프대와 알펜시아 리조트가 보였다. 백두대간의 능선 위에서는 흰색 풍력발전기 수십대가 수수깡으로 만든 바람개비처럼 힘차게 돌았다.

피스아이는 휴전선 인근 비행금지구역으로 향하는 F15K 편대와 평창 상공에서 헤어졌다. F15K 편대는 왼쪽 손가락을 펼친 듯한 모습의 ‘레프트 핑거 팁’ 대형을 갖춰 시속 650㎞까지 속도를 높여 서해 연평도로 향했다.

“아래에 보이는 조그만 섬들은 모두 북한 지역입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7㎞ 떨어진 상공을 날며 조종사 이 소령은 창밖을 가리켰다. NLL의 섬뜩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특히 임무 편대장을 맡은 김 소령은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서해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슬램ER’을 비상 대기 중이던 F15K 전투기에 싣고 NLL 상공까지 직접 출격했던 당사자이기도 했다. 당시 F15K 편대는 다음날 새벽까지 교대하며 NLL 상공에서 24시간 초계 임무를 수행했다.

김 소령은 “매년 연평도 상공을 지날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이날 초계 비행에 참여한 F15K 4대는 각각 단거리 적외선 공대공 미사일(AIM9X) 2발, 중거리 레이더 공대공 미사일(AIM120C) 2발, 공대지 GPS 유도폭탄 GBU39(SDB) 8발을 탑재했다. 공군은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비상 대기 시 F15K 전투기는 기존의 공대공 무장뿐 아니라 공대지 무장도 함께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F15K 편대는 대연평도와 소연평도 사이를 서남쪽으로 크게 선회해 경기 평택항으로 향했다. 멀리 대중국 수출입 관문인 평택항과 당진 제철소가 눈에 들어왔다. 서해대교 상공을 나란히 비행하던 편대는 새해를 맞이하는 축포를 터뜨리듯 다시 플레어 10발씩을 발사했다. 겨레의 얼이 담긴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과 국토균형 발전의 상징인 세종시의 모습이 금세 가까워졌다.

이날 F15K 편대는 2시간 40여분의 한반도 전역 초계 비행을 마치고도 연료가 넉넉했다. F15K는 체공시간이 3시간 이상으로 한반도 전역에서 작전이 가능하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대구 비행장으로 복귀(RTB)하기 직전 고도를 순간 3.5㎞까지 높인 F15K 편대는 전투기 조종사들이 평상시 기본적으로 훈련하는 전투 기동을 선보였다. 전투기가 한 바퀴 반 거꾸로 뒤집히자 후방석에 탄 기자에겐 체중의 5.5배에 달하는 압력이 가해졌다. 모든 임무를 마치고 대구 비행장에 착륙하니 오전 9시 38분이었다.

F15K 비행시간만 1500시간이 넘는다는 14년차 베테랑 조종사 이 소령은 “사실 초계 비행을 하며 바깥 풍경을 즐길 여유는 없다”며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하는 자부심이 자칫 자만심이 되지 않도록 늘 자신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대구 강윤혁 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 yes@seoul.co.kr
2016-01-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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