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이 낀 한국의 전략은
中 잇단 반대… 러시아도 가세한민구 국방 “유용” 中 자극
전문가 “한·중관계에 큰 부담… G2 살피는 고도의 전략 펴야”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5일 35개국 대표가 참석한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중국이 전날 한·중 양자회담에 이어 이날도 주제연설을 통해 사드 배치계획을 작심하고 반대하면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우리 정부에 ‘고도의 전략’이 요구된다.
2016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한민구(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샹그릴라호텔에서 애슈턴 카터(가운데) 미국 국방부 장관,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회담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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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전날 한·중 양자회담에 이어 이날 주제연설에서도 사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은 미국의 대중 압박에 순순히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여기에 러시아도 중국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긴장 구도로 흘러가고 결국 대북 제재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행히 미국은 사드 배치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당초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싱가포르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을 만나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달리 실제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사드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중국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사드를 활용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했거나 한국과 사전 조율을 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한 장관은 전날 주제연설 뒤 각국 대표단과 전문가들의 사드 배치에 대한 질문에 “대한민국은 사드가 배치되면 군사적으로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사드 배치)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계획에 대해 미국과 공조하더라도 미국의 대중 압박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사드 문제가 부각되면 한·중 관계 자체가 불편한 관계가 된다”며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 뒤에서 수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상황을 살피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16-06-06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