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기업, 공단 폐쇄 장기화에 ‘해외로’

개성공단기업, 공단 폐쇄 장기화에 ‘해외로’

입력 2013-06-09 00:00
업데이트 2013-06-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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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티오피아 등 한국기업 유치 나서

남북 간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개성공단 정상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이미 개성에 등을 돌리고 해외로 진출하려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늘고 있다.

공단 잠정 중단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기업들은 남북 당국이 이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한다는 확고한 보장 없이는 개성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태가 두 달을 넘어서니까 다들 기다리는 데 지쳐 외국에 공장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요즘 협회에서 회의를 하면 외국에 나간 대표들이 많아 참석률이 저조하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특히 봉제·의류업은 인건비 때문에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를 주로 알아보고 있는데 공단이 정상화돼도 이들 기업이 돌아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창근 협회 대변인도 “주변에 방글라데시·미얀마 등 여러 곳에 나가서 대체 부지를 찾는 기업인들이 많다”면서 “개성공단이 유일한 공장인 이들이 가장 다급하게 알아보는데 이미 계약을 체결한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파키스탄과 에티오피아 등의 국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국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각종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파키스탄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듄(Dune)은 최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파키스탄의 항구도시 카라치에 유치하고 싶다는 내용의 사업 제안서를 보냈다.

듄이 카라치 항구에 조성하는 약 82만㎡(25만평)의 산업단지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공장을 이전시키고 도심에 짓는 고급 주상복합의 1∼3층 상가에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매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듄은 사업 제안서에서 “파키스탄에서 정치적인 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사업확장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카라치의 저렴한 인건비와 수출에 편리한 항구시설 등을 장점 등을 내세웠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의 혜택보다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파키스탄의 제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류업체는 이미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현지 실사를 마쳤고 이달 중순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에티오피아 경제장관들을 만나 투자조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업체 대표는 “미얀마·파키스탄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낮은 인건비와 택지비를 내세워 한국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오는데 우리 정부만 모르고 있다”며 “기업투자를 유치하는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에서 개성처럼 기업이 두 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공단은 없다”며 “지금의 개성공단은 기업에 주어지는 자율권은 없고 모든 리스크만 떠안아야 하는 무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의류업체 대표도 “개성공단만 믿고 다른 곳에 대체공장을 준비해두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된다”면서 “공단이 재가동되더라도 일부 생산은 다른 곳에서 할 생각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둘러보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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