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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눈으로도 코로나 유입”…북한이 황당한 주장하는 이유

“겨울철 눈으로도 코로나 유입”…북한이 황당한 주장하는 이유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11-04 12:32
업데이트 2021-11-0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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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겨울철 내리는 눈 통해서 악성비루스 유입”
확진자 ‘0’ 주장하지만 백신접종 못해 아직 국경봉쇄
‘위드코로나’ 요원…열악한 의료체계 대신 외부 탓 강조

북한 코로나19 방역
북한 코로나19 방역 평양 락랑구역 충성초급중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학생들에게 방역 규정을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전했다.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복도에 늘어서 체온을 재고 있다. 2021.5.16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겨울에 내리는 눈을 통해서도 코로나19가 외부에서 유입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으며 철저한 방역 대책을 내부에 주문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겨울철 조건에 맞는 방역 대책을 빈틈없이 세우자’ 제목의 기사에서 “겨울철에 내리는 눈을 통해서도 악성비루스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악성비루스는 북한에서 코로나19를 일컫는 용어다.

“옷과 신발에 묻은 눈 털고 실내 들어와야”…北방역수칙
노동신문은 “사람들의 면역력이 약해지고 악성비루스의 생존력이 강해지는 겨울철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각성하여 방역 대책을 철저히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보도에서도 산림 관리국에서 “벌목공들이 악성비루스가 눈을 통해서도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눈이 내릴 때 방역 규정을 보다 엄격히 준수하도록 각성시키는데 특별한 관심을 돌리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벌목공들이 눈이 내린 산지를 돌아다니다 숙소에 도착하면 입구에서 반드시 옷과 신발에 묻은 눈을 터는 것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북한의 겨울철 방역수칙 중 하나인 셈이다.

열악한 의료체계·백신無…북한, 위드코로나 요원
코로나19 방역하는 북한의 샘물공장
코로나19 방역하는 북한의 샘물공장 평양 대성산샘물공장 종업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상방역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2021.4.5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겨울철에 내리는 눈을 통해 코로나19가 유입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북한의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일단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백신 접종과 의료 체계 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공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북한에선 이른바 ‘위드 코로나’가 요원해 보인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북한은 극단적인 국경 봉쇄와 지역 간 이동 제한으로 대응해왔다. 열악한 의료체계 속에서 코로나19가 유입될 경우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임을 북한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백신 도입에 적극적인 것도 아닌 상황이다.

최고위층이 비밀리에 백신을 접종했을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접종도 북한은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 공급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노동신문 보도에 대해 “북한 매체의 보도 흐름을 볼 때는 특별히 방역에 대한 대책이나 기준 등의 변화가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대규모 내부 회의 등을 할 때를 보면 마스크를 쓰는 경우도, 쓰지 않는 경우도 있어 조금씩 다른 방역기준이 적용되는 상황이 관측되지만, 일반 주민들에게는 방역대책을 강화하는 동향에서는 아직 특별한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방역 책임회피 노림수…대북전단·철새·황사 탓도
북한 평양교예극장, 소독사업 강화
북한 평양교예극장, 소독사업 강화 북한 평양교예극장에서 대중모임장소의 특성에 맞게 소독사업을 강도높게 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2021.7.21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겨울철 눈을 통해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허술한 보건체계에 대한 책임 회피 노림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북한 내에서 확산한다면 그것은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며, 만약 사람을 통해 유입됐다면 국경 봉쇄를 허술하게 한 당국의 책임이 된다.

그러나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통해 유입됐다고 주장하면 이는 국경 봉쇄 차원의 책임이 아닌 내리는 눈을 맞고도 제대로 털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황당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북한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의식한 듯 ‘바람에 날아가는 이상한 물건’이 코로나19 유입 경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동신문은 뜬금없이 “이상기후 현상과 계절 조건”을 들먹이며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악성 비루스가 유입될지 모를 위험이 시시각각으로 조성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람에 의해 이상한 물건이 날려가는 것을 목격했을 때도 이것을 순수 자연 현상이 아니라 악성 비루스가 유입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북한은 공중에 부유하는 물건뿐만 아니라 비나 황사 현상, 철새 이동 등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 코로나19 감염에 극도로 예민한 상태임을 드러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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