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아베 총리 G20 회의서 첫 대면할까

박대통령-아베 총리 G20 회의서 첫 대면할까

입력 2013-09-03 00:00
업데이트 2013-09-0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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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회담 예정無…비공식 회동해도 상견례에 그칠 가능성 커

한일 간 갈등의 와중에 양국 정상이 취임 이후 첫 대면의 기회를 앞두고 있다. 5∼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장에서다.

지난 2월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과 작년 12월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 회의에 나란히 참석한다. 아직 양자회담을 갖지 않은 두 정상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첫 계기인 까닭에 양자 대면이 성사되든, 불발되든 한일관계의 향배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일본 측이 아베 총리의 발언 등을 통해 누차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지만 2일까지 G20 회의 기간 약식 회담을 포함한 한일 정상회담 일정은 잡혀있지 않다고 정부 소식통들이 전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직접적인 대일 비판을 자제한 일이나 같은 날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은 것은 정상회담 등을 통한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을 상호 의식한데 따른 행보로 해석됐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당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아시아국가들에 대한 가해와 반성을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올 8·15는 관계개선의 전기가 되기에 부족했다.

다만 다자 정상회의 기간 대기실 등에서 각국 정상간의 짧은 양자대면은 예정없이 즉석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악화한 상황이라도 한쪽에서 악수를 청하거나 말을 걸때 그것을 냉정하게 뿌리치기는 외교관례상 무리가 따르는 만큼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도 간단한 인사와 함께 짧게 대화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사전 조율없이 두 정상 간 면담이 성사되더라도 현재 분위기로 미뤄 의미있는 대화가 오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종연구소 진창수 일본연구센터장은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한마디로 ‘뒤통수를 맞을 수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10월 야스쿠니 가을제사 때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할지 여부 등 불확실한 요인이 많기 때문에 이번에 한일 정상 간에 회동이 있더라도 의미있는 대화보다는 인사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정식 한일정상회담은 10월에 있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 7∼8일·인도네시아 발리),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10월9∼10일·브루나이) 등 다음 계기때나 모색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러나 그 역시 야스쿠니 가을제사(10월17∼20일)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일본 일부 언론이 벌써 아베 총리의 ‘가을 참배설’을 띄우고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가을제사 때 야스쿠니 참배를 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주지 않을 경우 10월 정상회담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여전하지만 한일 간에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대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몇몇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민에게 ‘미지의 공포’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유출의 실태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다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일본의 우경화 행보가 속도감있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인식 등과 관련한 아베 총리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는 만나서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물을 것은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이홍천 교수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 것이 일본 정부에 큰 압박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일본 쪽에 비춰질 수 있다고 본다”며 “박 대통령이 자기 주장을 견지하면서도 대화는 계속하는 양면적인 접근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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