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 수능 대박!”…열띤 응원전

“선배들 수능 대박!”…열띤 응원전

입력 2010-11-18 00:00
업데이트 2010-11-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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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전국 시험장 앞에서는 수험생의 선전을 기원하는 후배들의 응원전이 뜨겁게 펼쳐졌다.

 지난해 수능 때 신종플루가 크게 유행한 탓에 교육 당국이 자제를 요청해 잠잠했던 응원전이 되살아난 것이다.

 ‘수능 한파’라는 말이 무색하게 전국 곳곳에서 영상의 기온을 보인 가운데 대부분 수험생이 제시간에 도착해 준비물을 확인하고 총정리 노트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는 등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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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힘내요
언니 힘내요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앞에서 후배들이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입장 시각을 넘겨 순찰차나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허겁지겁 시험장에 들어가는 지각 학생도 나왔고,시험장을 잘못 찾아 울상을 짓거나 신분증을 집에 놓고 와 부모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수험생도 눈에 띄었다.

 =새벽부터 자리 선점…수험생 입장땐 ‘환호성’=0...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정문에는 이곳에서 시험을 치는 오류고 3학년 수험생을 응원하러 후배들이 새벽 3시부터 자리를 잡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학교 2학년 조미경 양은 “좋은 자리를 맡으러 일찌감치 나왔다”며 “우리가 뒤에서 응원할 테니 언니들 긴장하지 말고 대박 나세요”라고 기운을 북돋웠다.

 종로구 경복고 앞에는 오전 4시30분부터 남학생들이 꽹과리를 준비해 굵은 함성으로 응원전을 폈으며,강남구 압구정고 정문에서도 숙명여고 1∼2학년 학생들이 오전 5시30분께 나와 선배들을 응원했다.

 오전 8시10분으로 정해진 시험장 입장 시각이 임박하자 서울 시내 각 시험장 정문에서 응원 소리는 더욱 커졌다.

 시험장마다 주변 고교 3∼4곳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시험을 보는 바람에 학교별로 후배들의 응원전은 치열하게 펼쳐졌다.

 후배들은 수험생이 입장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거나 ‘재수 없는 ○○고’ ‘평소 컨디션이면 수능 대박!’ ‘떴다! ○○고’ ‘500점 만점에 500점’ 등 응원구호가 쓰인 피켓이나 플래카드를 준비해 기를 불어넣었다.

 일부는 “아빠 힘내세요”라는 광고 속 노래를 “언니 힘내세요.우리가 있잖아요”로 바꿔 목청껏 소리를 질렀으며,일부 학생은 “수능을 향한 나의 사랑은 특급 사랑이야”라고 유행가를 고쳐 부르기도 했다.

 강남구 휘문고 앞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세화고 학생들이 모여 ‘세화 세화 세화 세화,승리의 세화’라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 구호를 흉내 내기도 했다.

 =애타는 부모들 시험장 떠나지 못해=0...수험생 자녀를 시험장까지 데려다 준 부모들은 입장 시각이 지나 정문이 닫히고 나서도 애타는 마음에 시험장을 떠나지 못했다.

 이들은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자녀의 손을 꼭 잡아주고는 교문에서 아쉬운 듯 손을 흔들었다.

 서초구 서울고 교문 앞에는 오전 7시30분이 넘어서자 학부모 20여명이 몰려들어 자녀가 들어간 시험장을 애타는 눈으로 바라봤다.

 권미용(46.여)씨는 “아이가 며칠 전부터 떨린다고 하기에 ‘괜찮다,편안하게 보면 된다’고 말했는데 막상 이제는 내가 떨린다.마음은 종일 여기 있고 싶은데 1시간 정도 있다가 교회에서 기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휘문고에 삼수생 장남을 들여보내고도 교문을 뜨지 못하던 양혜란(49.여)씨는 “의학전문대학원에 가겠다며 서울시내 대학 생명공학 계열 학부에 입학했는데 의전원이 없어진다고 해 의사가 되려 다시 삼수를 하게 됐다”며 “짠하기는 하지만 잘할 거라는 믿음이 앞선다”고 했다.

 역시 강남구의 경기고 앞에 수험생 아들을 들여보낸 성미경(47.여)씨는 교문이 닫히고 나서도 철문 앞에서 학교 안을 향한 시선을 좀체 떼지 못했다.

 그는 “막상 아이를 들여보내니 끝까지 있어 줘야 할 것 같아 못 가고 있다”며 “마음이 여기 있는데 집에 가면 뭐하겠나.좀 더 있으면서 기를 불어넣어 주려 한다”고 모정(母情)을 나타냈다.

 오전 7시40분께 시험장 중 하나인 강남구 경기고 안을 돌아보고 정문을 빠져나오던 순찰차의 확성기에서 갑작스럽게 “수능 대박 나세요”라는 응원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순찰을 마친 한 경찰관이 상기된 표정으로 속속 입장하는 수험생과 교문 앞에서 열띤 응원을 하는 학생들을 보며 응원에 힘을 보탠 것이다.

 선배들을 응원하러 나온 학생들은 이 경찰관에게 환호를 하고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들을 시험장 앞에서 만난 부모도 있었다.국제고 학부모 이정곤(51)씨는 아내와 함께 3학년인 아들 한성군이 친구들과 함께 시험장에 도착하기 30분 전부터 죽과 과일을 들고 기다리렸다.

 오전 7시20분께 아들이 도착하자 세 명의 가족은 머리를 맞대고 기도를 시작했고,어머니는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아들에게 보온병 여는 방법을 다시 일러주기도 했다.

 사수생 친구를 응원하러 온 대학생도 눈길을 끌었다.강남구 휘문고 앞에는 고려대 1학년 김진광씨와 유승규씨 등 2명이 ‘김태종 고대 11학번’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친구를 응원했다.

 삼수를 하면서 학원에서 만났다는 이들은 교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태종아 고생했다.잘 봐라”라고 외쳤다.

 그러자 맞은 편의 세화고 학생들이 자교 선배들을 응원하다말고 “형님도 올해 들어가세요.고생하셨습니다”라고 외쳐 주위를 흐뭇하게 했다.

 =부녀회·학원·은행도 응원전 동참=0...서울 시내 각 시험장에는 학부모와 각 학교 후배들 말고도 지역 새마을부녀회원과 인근 은행 직원,학원 직원 등도 나와 수험생들의 ‘수능 대박’을 염원했다.

 강남구 경기고 앞에는 삼성1동 새마을부녀회원과 국민은행 영동지역본부 직원들이 시험장에 들어가는 수험생에게 따뜻한 커피와 녹차를 건네주고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막내가 대학 4학년이라는 부녀회 배경미(51) 회장은 “남학생 한 명이 시험을 잘 보겠다며 교문 앞에서 큰절을 하고 들어가는데 마음이 짠했다.모두 내 아들 딸 같은 수험생들이 실력을 잘 발휘하면 좋겠다”며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국민은행 영동지역본부 김행미(54) 본부장도 “3년 전 둘째 아이가 수능을 칠 때 시험장에 왔었는데 나도 그때만큼 떨린다”며 “학생들이 후회없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에서는 입시학원 메가스터디가 무릎담요를 준비해 수험생들에게 나눠주며 시험을 잘 보기를 기원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오전 8시10분께 경복고에 도착해 교장실에서 잠시 환담을 나눈 뒤 고사본부로 옮겨 교사들을 격려했다.

 이 장관은 “고생 많으시다”며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날씨가 춥지 않아 다행이다.하루종일 긴장되시겠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 장관은 이어 시험장 1층과 2층 복도를 돌며 감독관이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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