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예산 중복투자 심각

국가 R&D예산 중복투자 심각

입력 2011-08-02 00:00
업데이트 2011-08-0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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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23개·인공지능로봇 17개 사업단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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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심각할 정도로 유사·중복 연구에 투자되고 있다.

태양광 사업은 무려 4개 부처 23개 사업단에서 시행되는 데다 인공지능 로봇은 17개 사업단에 예산이 투입되는 실정이다. 정부 부처들이 역할에 대한 조율 없이 경쟁적으로 연구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지적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1일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시스템을 통해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유사·중복 사례를 조사한 결과, “6개 분야에서 과도한 중복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녹색성장의 핵심이라며 집중 투자한 태양광 기술이 대표적 사례다. 태양광 연구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만 8개 사업단과 지원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사업은 10개, 중소기업청은 4개, 방위사업청은 1개다. 23개 사업, 304개 과제에 무려 1229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분야는 17개 연구기관이 참여해 프로젝트를 나눠 맡고 있다. 신약용물질연구사업은 21개, 차세대디스플레이사업은 19개, 차세대자동차사업은 16개, 풍력에너지사업은 11개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다. 중복투자의 전형인 셈이다.

국과위 측은 “김도연 국과위원장이 최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부분을 보고했다.”면서 “각 기관이 다른 기관의 동향조차 파악하지 않고, 같은 분야에 매달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도 “정부 부처들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과도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융합 연구를 시도해야 한다지만, 같은 분야 연구자들조차 과제 부처가 다르면 서로 내용을 모르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과위는 중복투자 관행의 개선을 위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강화하고, 출연연의 상위구조도 통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차동 국과위 상임위원은 “정부 부처 R&D 예산 배분 단계부터 유사·중복 사례를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교과부, 지경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출연연을 하나의 부처로 모아야 효율적인 예산 배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과위의 이 같은 보고서가 영향력 확대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예산 배분 이외에 별다른 업무가 없는 국과위가 출연연 통폐합 및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주도하기 위해 무리하게 과제를 도출했다는 의구심도 없지 않다.”면서 “어느 방향으로 발전할지 모르는 로봇이나 차세대자동차사업 등을 단순히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망한 사업 분야를 억지로 묶기보다 동시다발적인 연구가 선의 경쟁을 유도,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1-08-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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