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고쿠시칸대 신경호 교수 “내일의 한일관계 주역”
“10년간 일본 젊은이 수백명을 ‘친한파(親韓派)’로 만들었다는 데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신경호(50) 일본 고쿠시칸(國士館)대 21세기아시아학부 교수는 한일 월드컵이 열린 이듬해인 2003년부터 자신이 가르치던 학부 재학생들을 고려대에 보내 한국어 단기 연수를 받도록 했다. 올해로 10년째. 그동안 다녀간 학생 수는 800명을 넘어선다.
신 교수는 13일 “감수성이 예민하고 머리가 굳지 않은 젊은 학생들이 매년 신선한 충격을 받고 일본으로 돌아간다”며 “세월이 흐르면 이들이 새로운 한일 관계를 열어가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부터 고려대에서 한 달간 진행되는 한국어 연수 프로그램은 고쿠시칸대 21세기 아시아학부에서는 전공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외국어 연수과정 중 하나다.
아시아학부에는 한국어와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러시아어, 인도네시아어 등 6개 외국어 과정이 있다. 중국어보다 한국어 강의를 택하는 학생이 더 많은 대학은 일본에서 고쿠시칸대가 유일하다고 신 교수는 설명한다.
신 교수가 프로그램 기획부터 학생 인솔, 사후 평가까지 전담하는 한국어 연수는 단순한 한국어 습득을 넘어 문화와 역사 체험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학생들을 독립기념관과 판문점에 꼭 데려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독립기념관은 양국 간 암울한 과거사를 객관적인 눈으로 보게 하려는 취지다. 판문점은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출발함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책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신 교수는 “일본 학생들은 근현대사에서 자신들이 아시아 주변국들에 저지른 잘못을 배울 기회가 없다”며 “한국에 왔을 때 그처럼 암울한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고 새로운 양국관계를 개척할 의지를 갖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한국 연수를 단순한 ‘여행’ 정도로 여기지 않도록 사전에 ‘연수용 필수 강의’를 수강토록 하고, 연수 중 출석 점검은 물론 연수가 끝나면 시험을 봐 60점을 넘지 않으면 재수강까지 하도록 엄격히 관리하는 것도 특색이다.
신 교수는 “연수에 참가한 학생 대다수가 ‘친한파’가 돼 한국에 더 큰 관심을 두는 것은 물론 한국 정치ㆍ경제ㆍ문화를 두루 다루는 세미나 수업의 경쟁률이 10대1에 육박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니혼(日本)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 런던정경대(LSE) 방문연구원을 거쳐 2002년부터 고쿠시칸대에서 유일한 한국인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2009년부터 전남대에도 학생들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