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탄·용접작업 동시 진행 안전 담당자 보고도 지나쳐”

지난 13일에 발생한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 화재 발생 직전까지 우레탄 작업과 용접 작업이 함께 진행됐다는 현장 근무자의 증언이 나왔다.

사고 당일 지하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했다는 하도급업체 직원 A씨는 1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일 오전 11시쯤에도 우레탄 작업 현장으로부터 5~7m 떨어진 곳에서 용접 작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용접 작업 하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증언이 있다.”고 전날 현장 감식을 참관한 유족대표 류택상(48)씨가 밝힌 그 목격자다. “화재 당일 현장에서 용접 작업은 없었다.”는 시공사 GS건설 측의 주장과 정반대의 진술이 나온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우레탄 작업은 파이프라인 공사가 끝나야 시작할 수 있다. 우레탄 작업이 시작되면 파이프에 더 이상 손대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사 절차대로 지난달 15일쯤부터 우레탄 작업이 시작돼 사고 당일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A씨는 “사고 발생 3일 전부터 파이프 담당 업체 직원들이 우레탄 작업 현장 주변을 수시로 다니면서 파이프 절단과 용접 작업을 하는 등 분주하게 공사를 재개했다.”며 “15일에 파이프라인 관련 검사가 예정돼 있었는데 갑자기 설계가 변경돼 급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인화성 물질인 우레탄 작업과 용접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데도 현장의 안전관리 담당자가 이를 방관한 정황도 전했다. A씨는 “우레탄에 용접 불똥이 튀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 파이프 담당 업체에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작업 자체를 막을 수 없었다.”며 “우레탄 작업장 주변에서 용접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안전관리 담당자가 바로 옆에서 보면서도 그냥 지나쳤다.”고 말했다.

A씨의 증언이 나오자 GS건설 측은 본사 차원에서 전면적인 재조사에 들어갔다. GS건설 관계자는 “사고 당일 용접 작업을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에 대해 비중 있게 살펴보고 있다.”며 “이 부분뿐만 아니라 공사와 화재 발생 과정 전반에 대해 본사가 직접 재조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방재청 등 관련 당국은 이날 3차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소장을 비롯해 관계자 2~3명을 이르면 16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