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치원 입학 대란’추첨 전쟁’ 희비 교차

서울 유치원 입학 대란’추첨 전쟁’ 희비 교차

입력 2012-12-05 00:00
업데이트 2012-12-0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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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왜 같은 날 추첨하나” 반발

5일 오전 9시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유치원. 내년도 입학생 추첨을 위해 모인 학부모와 아이들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아버지가 아이를 데리고 오거나,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경우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날 진행된 만 3세 반 남자어린이 추첨에는 17명 모집에 75명이 지원해 4.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추첨이 시작되자 장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학부모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추첨을 지켜봤다.

학부모가 번호 순서대로 나와 미리 정해진 당첨 번호가 적힌 돌을 뽑으면 합격이다.

첫 번째 당첨자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오면서 “좋겠다” “정말 잘됐네” 등 부러워하는 탄성이 나왔다.

’당첨 돌’을 뽑은 학부모 나모(39·여)씨는 “이 유치원이 자연 친화적인 교육을 한다고 해서 꼭 보내고 싶었다. 1시간밖에 못 자고 왔는데 당첨돼 매우 좋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남은 자리가 점점 줄면서 학부모 사이에는 당첨자가 발표될 때마다 탄식이 흘러나왔다.

오전 9시 20분께 17명의 당첨자 추첨이 끝났는데도 대부분이 대기 번호 추첨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렸다.

학부모 안모(35)씨는 “오늘 유치원 추첨 3군데 중 2곳이 같은 시간대라 직장에 휴가를 내고 아내와 함께 나왔다”며 “이 유치원 추첨에 떨어져 다른 곳을 노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묵(62)씨는 “아들과 며느리가 다 직장에 나가서 내가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뒷번호라 추첨도 해보지 못하고 끝났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이 유치원을 비롯해 많은 서울지역 사립유치원들이 신입생 추첨을 했다.

’밤샘 줄서기’가 비일비재하던 유치원 선착순 모집의 폐단을 없애려고 추첨제가 도입돼 사립유치원은 추첨일을 자율로 정할 수 있으나 추첨일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사립유치원들도 1일 일제히 입학 추첨식을 했다.

유치원 추첨 방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은 거세다.

학부모 권모(32·여)씨는 “추첨일이 겹치는 유치원이 많아 불편하다. 왜 한 날 몰아서 추첨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손자를 데리고 추첨장에 나온 이모(58·여)씨는 “유치원 추첨하다가 병이 날 지경”이라며 “여기 끝나고 나서 오전 11시30분에 다른 유치원 추첨이 있어 바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인기 유치원에의 쏠림 방지를 위해 추첨을 하루에 몰아서 한다지만 그건 학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는 유치원 중심적인 생각”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추첨일을 둘러싼 유치원 간 담합 의혹도 불거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전국에서 같은 날짜에 원생 추첨을 하는 유치원이 계속 나타나 공정위에 담합 조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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