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주야간근무 30대 돌연사 6년만에 산업재해 확정

격주야간근무 30대 돌연사 6년만에 산업재해 확정

입력 2013-01-21 00:00
업데이트 2013-01-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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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생체리듬 반하는 교대근무 등 사망과 관련”

“’이겼다’는 변호사의 전화를 받고 설움이 북받쳐 눈물만 ‘펑펑’ 쏟았습니다.”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던 30대 회사원이 집에서 잠을 자다가 돌연사 한 지 6년 만에 유족들이 법적 투쟁 끝에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받아냈다.

콩기름과 팜유 등을 만드는 모 회사에 다니던 권모(34)씨는 2007년 4월 퇴근 후 집에서 잠을 자다가 지주막하출혈로 갑자기 숨졌다.

회사에서는 “회사와 관련이 없다”며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부인 전모(당시 35살)씨는 9살, 4살짜리 자리 두 딸을 부양하기 위해 파출부로 나섰으나 그해 11월 두 다리를 못 쓸 정도로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병원치료와 재활 뒤에도 오래 서 있을 수 없어 직장조차 가질 수 없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에서 나오는 돈이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민주노총 법률원 경남사무소장을 거쳐 경남 창원시에서 노동변호사로 일하는 박훈 변호사가 딱한 사정을 듣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박 변호사는 2009년 7월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섰다.

근로복지공단 자문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등은 권씨의 돌연사와 업무상 발병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박 변호사는 비인간적인 야간근로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3년이 지난 2011년 11월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재판부는 권씨가 격주로 주야 교대근무에 종사하는 등 생체리듬에 반하는 교대 근무로 피로가 누적된데다 월평균 100시간의 시간외 노동을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존의 개인적 요인이 직업적 요인으로 더욱 나빠져 사망에 이르렀다고 결론 내렸다.

항소심을 맡은 부산고법 제2행정부(문형배 부장판사) 역시 지난달 26일 원심과 마찬가지로 “권씨의 사망과 업무상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전씨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상고를 포기, 지난 16일 자로 승소가 확정됐다.

권씨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됨에 따라 유족들에게는 조만간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부인 전씨는 “뒤늦게나마 남편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큰 짐을 덜었다”며 “아무도 권심 갖지 않는 소송에 최선을 다해준 박 변호사께 감사드린다”고 울먹였다.

박 변호사는 “뇌혈관, 심혈관계 사망 사건은 산재로 처리되기가 매우 어렵다”며 “주야간 교대, 장기간 노동이 직업성 뇌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을 법원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근대적인 야간 노동이 있는 한 권씨 같은 사례는 계속될 것이다”며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야간 노동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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