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사망자 유족 “방제복 미착용 못믿어…30일 부검”

불산 사망자 유족 “방제복 미착용 못믿어…30일 부검”

입력 2013-01-29 00:00
업데이트 2013-01-2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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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잘못이라는 삼성 발표 억울…사실규명 전까지 장례 안치르겠다”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로 숨진 박모(34)씨의 유가족이 박씨가 사망자가 방제복을 입지 않았다는 삼성전자 측 발표를 믿기 어렵다며 사실 규명을 촉구했다.

유족은 이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부검은 30일 오전 8시2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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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산누출 현장 합동감식 29일 오전 경기지방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강유역환경청, 소방방재청, 경기소방재난본부, 화성동부경찰서 관계자들이  불산 가스 누출 사고현장인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반도체 사업장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불산누출 현장 합동감식
29일 오전 경기지방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강유역환경청, 소방방재청, 경기소방재난본부, 화성동부경찰서 관계자들이 불산 가스 누출 사고현장인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반도체 사업장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 대표인 외삼촌 허모(51)씨는 29일 “정확한 사망 원인 등 사실 규명을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며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기 전에는 장례식을 치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허씨는 “STI서비스 동료 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고 초반에는 불산 유출이 경미해 가스 마스크만 쓰고 작업한 것이 맞지만 상황이 커져서 다시 현장에 들어갔을 때는 방제복을 착용하고 작업했다”며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박씨가 방제복을 아예 착용하지 않은 것처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 친구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유족들은 숨진 박씨에 대해 “평소 성실하고 매사에 꼼꼼한 사람이었다”며 작업자 5명 가운데 박씨만 방제복을 입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삼성전자측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 허모(55·여)씨는 “중학교 1학년부터 6년간 새벽에 신문배달을 할 정도로 부지런한 아이였다”며 “회사에서도 10년 근속 상을 받을 정도로 근면 성실하고 일에 빈틈이 없는 아이가 방제복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회사 사람들도 ‘아들이 방제복을 입지 않을 사람이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며 “삼성전자에서 늑장 대처했다는데 삼성이라는 회사가 너무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있을 수 있느냐”고 통곡했다.

남동생 박모(30)씨도 “빈소에는 TV가 없어 사고 관련 뉴스도 못 보고 있었는데 형이 잘 못해서 죽었다고 발표했다더라”라며 “방제복을 안 입고 일할 정도로 허술한 회사가 아닌데 5명 가운데 형만 잘 못 되니까 형 개인의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STI서비스 임원들이 찾아와 사과했지만 삼성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라며 “뉴스를 보니 삼성이 유감을 표현했다는데 우리에게는 한 마디도 없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유족도 “젊은 나이고 결혼도 안 했는데 가족에게만 충실했던 분이 이렇게 돼서 너무 슬프다”라며 “자기는 안 먹고 안 입어도 가족에게는 무엇이든지 해주시든 분”이라고 회상했다.

지난 28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불산 가스가 누출돼 수리작업을 하다 불산에 노출된 협력업체 STI서비스 직원 박씨가 숨지고 4명이 치료를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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