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한복 디자이너 재능기부
“9년 전에 처음 만나 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께서 그러셨어요. 끌려가서 입은 한복은 한복이 아니었다고. 같은 여자로서 피눈물이 났습니다.”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06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정기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소녀상에 이영희(77) 디자이너가 만든 한복이 입혀져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세계적인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77)씨가 남몰래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을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이었다. 이씨는 미리 준비한 성인용 한복을 주섬주섬 꺼내 위안부 소녀상에게 입혔다. 소녀상에 맞게 치수를 재고 가봉을 했다. 작업실로 돌아와 직원들과 함께 꼼꼼히 바느질을 했다. 대춧빛이 도는 붉은색 상의에 북청색 치마를 만들었다. 추울까봐 검은색 방한용 모자에 하얀 털도 달았다. 이씨는 “최대한 고운 한복을 입히고 싶었다”고 했다. 제1059차 정기수요시위를 앞둔 지난달 29일 일본대사관을 찾아 직접 한복을 입혔다. 입혀놓고 보니 태극기 색과 꼭 닮아 있었다.
이영희 디자이너
“작은 일이라도 봉사하며 살고 싶은데 저에게 남은 시간이 짧네요. 그나저나 눈바람이 무척 센데… 소녀상은 괜찮을까요?”
제1060차 정기수요시위가 있던 6일도 이씨는 소녀상을 걱정하고 있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2013-02-07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