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가 바라본 ‘전주 일가족 살해범’

프로파일러가 바라본 ‘전주 일가족 살해범’

입력 2013-02-07 00:00
업데이트 2013-02-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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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불안·우울…”범행동기 80%는 심리적 원인”’냉혈한’과 여린 ‘막내아들’의 상반된 모습 보여

“강박·우울·불안이 일가족 살해범을 관통하는 키워드입니다.”

수사관들이 바라보는 ‘전주 일가족 살해 사건’의 피의자 박모(25)씨의 범행 동기는 보험금과 유산 등 50억원 대의 재산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반면 박씨는 범행 직후부터 한결같이 “모두 죽는 것이 우리 가족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혀왔다.

양측이 주장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범인의 말보다는 “재산을 노렸다”는 것이 범행 동기로 더 ‘적합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하지만 프로파일러(profiler : 범죄심리분석관)가 바라보는 일가족 살해의 동기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박씨의 심리를 면밀하게 분석 중인 박주호 프로파일러는 “범행 동기의 80%는 심리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프로파일러가 본 박씨는 첫번째로 ‘강박적 성향’이 매우 강한 특징을 갖고 있었다.

박 프로파일러는 “조사받는 내내 대답을 굉장히 신중하게 했다”며 “일반인이 보기에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그의 모든 행동에서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으로 봤을 땐 원래 성격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런 성격은 군인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을 모의연습까지 하며 계획했던 것이 이런 강박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박 프로파일러는 박씨의 또 한 가지 특징으로 ‘불안’을 꼽았다.

그는 “박씨가 밝힌 범행 동기 중 부모와 자신·부모 사이의 갈등, 집안의 채무, 여자친구와의 갈등, 성장과정 중 트라우마 등이었다”면서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불안 증세를 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 프로파일러가 범행 동기를 확실히 밝혀야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과 형에게 용서를 받고 가족들도 편히 잠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하자 박씨는 “불안하고 힘들다. 손을 잡아달라”며 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냉혈한의 모습과 눈물을 흘리는 한 없이 여린 ‘막내아들’의 모습이 상반되지만 이게 바로 불안의 증거라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설명이다.

프로파일러가 박씨의 범행 동기를 심리적인 원인으로 꼽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재산을 노렸다고 보기에는 뭔가 어설픈 뒷수습이다.

박씨는 사건 직후 범행을 형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여러 가지 행동을 보였다.

형 친구들에게 “행복해라. 잘 지내라”고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경찰관 외삼촌에게도 “형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프로파일러는 이런 행동이 재산을 노렸다기보단 ‘삶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프로파일링 중 “수면제를 먹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고백했다.

박씨의 이 같은 고백은 지극히 일반적이라는 게 프로파일러의 설명이다.

프로파일러는 “죽음(자살)은 시기를 놓치면 강한 거부감과 함께 ‘두려움’, ‘생에 대한 욕구’로 변질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박씨에게서 거짓 진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프로파일러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준다.

박 프로파일러는 “아무리 지능범이라도 6시간의 프로파일링을 하다 보면 빈틈이 보인다”며 “하지만 박씨의 어조나 태도, 진술 내용 등에서 거짓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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