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아있는 울산 효문공단 ‘이명박 전봇대’

아직 남아있는 울산 효문공단 ‘이명박 전봇대’

입력 2013-02-07 00:00
업데이트 2013-02-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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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통행 방해 전봇대 이설 건의 4년째 ‘감감’

이명박 정부의 기업규제 개혁의 상징으로 꼽히는 ‘전봇대’가 울산 북구 효문공단에 아직 남아있다.

효문공단의 일부 업체가 10년 넘게 도로변의 전봇대 때문에 물류수송 불편과 정전 위험을 겪고 있다.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2008년 1월)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업단지에 설치된 전봇대가 대형 트레일러의 통행을 방해하는 것을 보고 ‘열악한 기업환경의 사례’로 들자 이틀 만에 옮겨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7일 효문공단 내 자동차 프레임 생산업체 대흥공업 앞 왕복 2차로 도로. 부품을 실은 대형 트럭이 줄줄이 들어왔다.

이 도로에서 공장 진입도로로 들어가려는 대형 트럭들은 큰 원을 그리며 우회전을 해야 한다.

진입도로 폭이 5m 정도로 좁은 데다가 2차로 도로에서 진입도로로 꺾이는 지점에 전봇대가 버티고 서 있기 때문이다.

차량들은 전봇대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곡예운전을 해야 했다.

전봇대에는 트럭에 부딪힌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전봇대에 설치된 누전차단기함은 깨져 있고, 전봇대와 이를 지탱하는 땅 사이에는 볼펜 둘레 정도의 틈이 나 있었다.

매일 8∼25t 트럭 40∼50대가 공장에 진·출입하면서 이런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트럭운전기사 조모씨는 “큰 차일수록 회전공간이 많이 확보돼야 하는 데 전봇대가 공간을 줄이고 있다”며 “사고가 날까 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더 큰 문제는 트럭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전봇대를 들이받아 정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흥공업 주변 전봇대는 4∼5가닥의 고압 전선을 받치고 있다.

전기가 끊어지면 대흥공업과 주변 10여개 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효문공단 대흥공업 주변의 전봇대 3개를 이설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봇대 이설 건의가 다시 일었다.

트럭 통행을 막은 대불산단의 전봇대가 뽑히자 지난 2009년 12월 효문공단 업체와 울산상공회의소는 기대에 부풀어 전봇대 이설요청 공문을 한국전력에 보냈다.

그러나 한전은 공문을 받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요청을 거절했다.

울산시가 미포산업단지 도로 확장 계획에 맞춰 효문공단 도로를 확장할 예정이어서 당장 이설하면 도로확장 후 다시 옮겨야 하고, 이 때문에 이중으로 비용이 든다며 전봇대 이설 건의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한전이 내세운 전봇대 이설의 전제 조건인 도로 확장은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울산시의 한 관계자는 “확장을 계획하고 있지만 시기와 공사 규모 등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전봇대 이설 요구가 본격화된 지 4년째로 접어들어도 진척이 없자 대흥공업을 비롯한 기업체들은 아예 포기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대흥공업의 한 관계자는 “공문을 보낸 직후 한전과 시의원 등이 모여 전봇대 이설 문제를 논의했으나 그 뒤 진행된 것은 없다”며 “이제는 마음을 접었다”고 씁쓸해했다.

울산상의 최찬호 경제총괄본부장은 “효문공단 도로 확장계획을 조속히 마련해 기업에 지장을 주는 전봇대를 빨리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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