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아내 감시·통제’ 위자료 지급 판결

’40년 가까이 아내 감시·통제’ 위자료 지급 판결

입력 2013-02-11 00:00
업데이트 2013-02-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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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배우자 지나치게 무시…혼인 파탄 책임 있다”

60대 여성 A씨는 40년 가까운 결혼생활 내내 남편의 감시와 통제를 받았다.

A씨는 1975년 20대 초반의 나이에 가족의 소개로 B씨를 만나 가정을 이뤘다.

결혼 이후 B씨가 잠시 직업이 없었던 몇 년간 A씨가 일을 해 생계를 꾸렸음에도, 집안의 ‘주인’은 언제나 남편이었다.

B씨는 늘 정해진 시간에 밥상을 차려놓도록 강요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가재도구를 부수거나 A씨를 폭행하기 일쑤였다.

B씨는 심지어 딸이 병에 걸렸는데도 치료를 도와주지 않았고, 딸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오히려 화를 내며 A씨를 폭행하기도 했다.

2000년 무렵 A씨는 자녀 교육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쓰면서 빚을 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B씨가 직장에서 퇴직한 뒤에는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생활하게 되면서 A씨의 빚은 점점 늘어만 갔다.

이 과정에서 B씨와 아들이 빚을 일부 갚아줬으나 부족했다. A씨는 돌려막기를 하다가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 A씨는 빚을 갚으려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과로로 인한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그런데도 B씨는 아내가 빚에 허덕이는 상황을 이용해 집안의 모든 경제권을 손에 쥐고는 생활비를 주지 않으며 감시와 통제를 강화했다. 자신이 정한 귀가시간을 넘기면 아예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

견디지 못한 A씨가 2011년 집을 나오면서 법원에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B씨도 이에 맞서 ‘월급을 모두 줬는데도 낭비가 심해 신용불량자가 됐다’며 위자료를 달라고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김귀옥 부장판사)는 A씨와 B씨가 서로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빚이 있다는 점을 빌미로 경제적 압박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 한 점과 배우자를 지나치게 통제하고 감시하며 무시한 점을 고려하면 혼인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B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2천만원과 재산분할금 1억5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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