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도우려 ‘마약밀수 정보’ 거짓 제보했다 쇠고랑

친구 도우려 ‘마약밀수 정보’ 거짓 제보했다 쇠고랑

입력 2013-02-12 00:00
업데이트 2013-02-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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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50대男 필로폰 밀반입 혐의 구속기소

마약 투여 혐의로 재판을 받던 지인을 도와주려고 죄 없는 사람을 마약 밀수범으로 모략해 수사기관에 제보한 50대 남성이 제 꾀에 속아 재판에 넘겨졌다.

12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박성진 부장검사)에 따르면 정모(52)씨는 지난해 10월 필리핀에 있는 마약상 이모씨에게 SOS를 쳤다.

지인 장모씨가 필로폰 판매ㆍ투약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인데 ‘마약 수사에 도움을 주는 공적을 쌓으면 양형을 참작 받을 수 있을 테니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씨는 정씨에게 ‘한국에 있는 A씨에게 필로폰을 보낼 테니 A씨가 이를 받을 시점에 맞춰 검찰에 제보하라’고 제안했다. A씨는 이씨의 친구로, 정씨와도 아는 사이였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 마약수사과 수사관들에게 3∼4차례 번갈아 가며 제보전화를 했다. 하지만 제보 내용과 경위가 수상쩍다고 본 수사관들은 제보 접수를 거부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사이 장씨의 1심 선고일이 다가왔다. 다급해진 정씨는 두 번째 작전을 시도했다.

A씨가 다른 주소지에서 제3자 이름으로 우편물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그 주소지와 제3자 이름을 수령인으로 해 필로폰을 보낸 뒤 수사관들이 덮치게 하기로 이씨와 짰다.

이씨는 A씨에게 ‘중고 골프채 카탈로그를 소포로 부치겠다’고 한 뒤 지난해 12월 필로폰 1.3g을 A4용지 서류철 귀퉁이에 숨겨 A씨의 우편물 수령지로 보냈다.

필로폰 매매 대금을 받은 것처럼 꾸미려고 A씨에게 문자메시지로 ‘기름값이 없으니 10만원만 달라’며 계좌번호를 보내는 등 치밀하게 작전을 이행했다.

이씨한테서 상황을 전해 들은 정씨는 검찰에 ‘필로폰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발송됐는데 수령지만 알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필로폰 밀수정보를 제보하는 것처럼 둘러댔다.

이번에는 첩보를 믿은 검찰이 수사관들을 시켜 우편물을 중간에서 확보해 A씨의 우편물 수령지로 ‘통제 배달’했다. 통제 배달이란 수사기관에서 배달원을 가장해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합법 수단이다.

수사관들은 그러나 수령인이 아닌 A씨가 우편물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자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 A씨를 조사해본 결과 모든 과정이 이씨와 정씨의 계략이었음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마약 밀수 혐의로 정씨를 체포해 지난 8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필리핀에 있는 이씨는 기소중지한 뒤 여권 무효화 조치를 통해 국내로 송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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