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에 자살한 내 아들의 빼곡한 유서 4장 더 이상의 아픔 막아달라는 뜻 아니었을까”

“학폭에 자살한 내 아들의 빼곡한 유서 4장 더 이상의 아픔 막아달라는 뜻 아니었을까”

입력 2013-02-21 00:00
업데이트 2013-02-2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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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건’ 피해자 父 권구익씨 라디오 상담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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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익씨
권구익씨
“A4 용지 네 장에 빼곡히 담긴 유서에 아이가 무슨 말을 남기려 했는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원했던 것이 무엇일까 하고요. 다시는 아프게 세상을 떠나는 아이들이 없게 해 달라는 부탁이 아니었을까요?”

고등학교 윤리교사이던 권구익(49)씨는 둘째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교사직을 그만뒀다. 권씨는 2011년 12월 20일 동급생들의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피해자 권승민(당시 13세)군의 아버지다.

이런 권씨가 입시 경쟁,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등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고민을 들어 주는 상담 프로그램의 ‘경청지기’로 나선다. 권씨는 오는 25일부터 평일 밤 12시에서 새벽 2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EBS FM(104.5㎒)의 ‘경청’에서 진행자다. 그는 금요일마다 출연해 아이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인다. 타성에 젖기 쉬운 여느 상담 프로그램과 달리 속상하고 힘들어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아이들의 말문을 터 주자는 취지에서다. 프로그램은 자살 직전의 아이들이 1~2주간 침묵하면서도, 내심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 한다는 심리 분석가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권씨의 가족은 학교폭력에 맞서는 ‘지킴이’가 됐다. 부인 임지영(48)씨는 지난해 7월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 학교폭력의 무서움과 피해자의 고통을 세상에 알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02-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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