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명의수탁자가 근저당 설정후 매각, 처벌 가능”

대법 “명의수탁자가 근저당 설정후 매각, 처벌 가능”

입력 2013-02-21 00:00
업데이트 2013-02-21 15:3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명의수탁자가 보관 중인 부동산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이를 매각한 행위에 대해 기존 판례와는 달리 불가벌적 사후행위(不可罰的 事後行爲)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1일 종중 소유의 땅을 임의로 처분한 혐의(횡령)로 기소된 모 종중 총무 안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확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원합의체는 “두 가지 횡령 행위가 연이어 벌어졌을 때 뒤의 횡령으로 인한 위험이 앞선 것에 따른 위험을 넘어서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한 경우라면 후행 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단, 전원합의체는 “후행 행위가 선행 행위에 의해 발생한 위험을 현실적으로 완성하는 수단에 불과하거나 그 과정에서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으로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후행 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서 명의신탁을 받은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하면 횡령죄가 성립하고 이후 명의수탁자가 다시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제3자에게 매각하더라도 이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해 별도의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이번 사건과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부 대법관은 “이 사건의 매도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지만 논리구성과 판례변경 범위에 있어 다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별개 의견을 냈다.

안씨는 모 종중 총무로 일하던 2009년 2월 다른 종중 구성원의 동의를 얻지 않고 경기도 파주시의 종중 땅을 매각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안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안씨는 ‘1995년과 2003년 해당 토지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 이미 횡령 행위가 이뤄졌으며 그 이후 이뤄진 부동산 매매는 횡령한 물건의 처분행위로서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상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횡령죄에 있어 불가벌적 사후행위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정립해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렸다”고 판결의 의의를 밝혔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