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차 커플의 ‘사랑과 전쟁’

31살 차 커플의 ‘사랑과 전쟁’

입력 2013-03-08 00:00
업데이트 2013-03-08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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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부녀’로 살며 성관계

서모(34·여)씨는 1994년부터 아버지의 지인인 윤모(65)씨 집에서 컸다. 친아버지는 재혼한 뒤 가정불화 때문에 당시 ‘형님’으로 모시던 윤씨에게 남매를 맡기고 매월 400만원을 양육비로 보냈다. 서씨는 윤씨를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랐다. 그때 나이가 서씨는 15세, 윤씨는 46세였다.

그러나 함께 산 첫해 봄부터 두 사람은 ‘부녀’ 간의 선을 넘어서고 말았다. 대전 유성구의 집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서씨가 성인이 되고 직장생활을 할 때까지 둘의 은밀한 성관계는 17년간이나 이어졌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윤씨의 집착도 심해졌다. 외출을 하면 누구와 언제, 왜 만나는지를 확인했고 수시로 전화를 하고 통행금지 시간을 지키게 했다.

윤씨는 “너는 결혼해 봤자 네 아빠처럼 이혼할 거다. 너는 맞고 살 거다”라는 말을 자주 하며 서씨가 독신으로 살게끔 유도했다. 대신 윤씨는 2000년 11월 “현금 2억원을 물려주겠다”는 유서를 썼고, 2006년 11월에는 “서울 송파구의 15평형 아파트를 유산으로 주겠다”며 달랬다. 그러나 2010년 서씨는 윤씨를 돌연 피보호자 간음 등으로 고소했다. 윤씨에게 불륜 관계인 다른 여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서씨는 법정에서 “윤씨가 애인이 있다는 얘기를 친아버지에게 들었다. 그걸 몰랐다면 고소하지 않고 그냥 지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서울 동부지법 형사5단독 김창형 판사는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언급된 각각의 간음이나 추행 당시 상황을 볼 때 강제로 성관계가 이뤄졌다는 구체적 사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2억원이나 아파트 관련 유서도 성관계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씨가 건강하고 정신적으로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성교의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둘이 함께 살 당시 한 번도 폭행이 없었던 점, 욕을 한 적이 없는 점, 서씨도 윤씨에게 대들거나 화를 낸 적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 서씨가 성관계를 거부한다고 해서 용돈이 끊긴 적이 없는 점, 자유롭게 통화하고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점, 고등학교 때나 성인이 된 뒤 서씨의 친구들이 윤씨의 집에 놀러 온 점도 위계에 의한 간음 또는 추행이 아니라는 근거로 쓰였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2013-03-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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