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수술 불가피

말 많은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수술 불가피

입력 2013-03-08 00:00
업데이트 2013-03-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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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입학통로돼 ‘귀족학교’ 논란 부추겨

재벌가나 국회의원 등 사회지도층 자녀가 국제중과 자율형 사립고의 사회적 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배자 전형을 취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배자 전형 논란은 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한부모가정 자격으로 합격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의회 등에서 영훈국제중의 입학 부정 의혹을 잇따라 제기한 데 이어 8일 전여옥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 사배자 다자녀가구 전형으로 자율형 사립고인 장훈고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부유층 입학 통로 악용 = 사배자 전형으로 국제중이나 자율형 사립고 등에 입학하는 부유층 자녀가 많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다.

이같은 내용은 영훈국제중에 비경제적 사배자로 합격한 학생 부모의 직업이 알려지면서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2013년도 영훈국제중의 비경제적 배려대상자 합격생 16명의 부모 직업을 보면 의사(2명), 변호사(1명), 사업가(3명)를 포함해 회사원(2명), 종교인(1명) 등의 자녀 9명이 다자녀 가정 조건으로 입학했다.

그러나 장애인이나 아동복지시설 출신, 소년소녀 가장, 조손가정, 북한이탈주민, 환경미화원 자녀 등은 비경제적 배려대상 전형 합격자 중에 한 명도 없었다.

사배자 전형 합격이 규정에 어긋나는 점은 없었더라도 결국 부유층 자녀가 사회적 약자의 입학 기회를 빼앗았다고도 볼 수 있는 지점이다.

◇ ‘귀족학교’ 막고자 도입 = 사배자 전형은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소수자에게 교육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별도로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외고, 과학고, 국제중·고, 자율형 사립고에 도입한 제도다.

경제적 배려대상자는 국민기초수급자와 법정 한부모가족, 차상위계층, 차차상위계층 등 소득요건을 엄격히 하고 있으며, 비경제적 배려대상자는 국가보훈대상자, 다문화가정 자녀, 북한이탈 청소년 등 자격요건이 다양하다.

경제적 배려대상자를 사배자 장원의 50% 이상을 선발하되 미달 시 비경제적 배려대상자로 선발할 수 있다.

2013학년도에는 전국에서 4천656명이 사배자 전형으로 자율형 사립고와 외고·국제고, 과학고에 입학했다.

이 가운데 비경제적 대상자는 2천440명으로 전체 사배자 입학생의 절반이 넘는 52.4%에 해당한다.

영미권 사립고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귀족학교의 대명사인 영국의 이튼스쿨은 장학기금을 늘려 저소득층 학생 비율을 정원의 40%까지 채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계층적 다양성을 부여하는 것이 사회통합이나 교육환경상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 ‘다자녀가정’ 논란 핵심 = 사배자 전형과 관련한 논란은 사회지도층 자녀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애초 제도가 사회적 배려대상이 아닌 계층에게 입학 통로를 열어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논란이 많은 것은 다자녀가정 자녀와 한부모가정 자녀 요건이다.

2010년 자율형 사립고 입시에서 사배자 전형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하자 2011학년도부터 자율형 사립고가 있는 전국 시도교육청이 다자녀가정 자녀를 사배자 대상으로 추가했다.

당시에도 다자녀 가구가 중산층 이상에 많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자녀가정 전형에 지원자가 쏠리자 서울시교육청은 다음해부터 다자녀가정 선발 인원을 전체 사배자 정원의 30%로 제한하는 조처를 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배자 전형의 문제점이 최근 들어 처음 제기된 것도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0년 3월 자율형 사립고의 사배자 부정 입학과 관련해 특별감사를 벌이고 모두 239명을 징계 또는 행정조치 하기도 했다.

당시 감사 과정에서 경제적 형편에 대한 고려 없이 성적 우수학생이 합격한 경우, 면접만으로 지원학생 전원이 합격한 경우 등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부적정 입학 사례들이 사실로 확인됐다.

사배자 전형의 문제점이 재조명되자 교육 당국에서도 제도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배동인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선진화과장은 “현재 연구용역 진행 중이고 정책토론도 예정돼 있다”며 “사배자 전형 개선과 관련해 다음달 시도교육청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 과장은 “부유층이나 사회최고위층은 사회적 약자로 보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에서 비경제적 사배자를 뽑자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저소득층 학업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 자율형 사립고 등이 다자녀 가구 등을 사배자 대상으로 포함하게 된 배경에는 사배자 전형에 지원하는 사회취약계층 자녀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형 사립고의 경제적 배려대상자에 해당하는 학생 지원자는 항상 미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지역 자율형 사립고의 사회적 배려대상자 학생 충원율은 평균 75.8%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 지역의 자율형 사립고인 중동고(58.6%), 현대고(64.8%), 휘문고(67.3%) 등은 사배자 충원율이 서울 지역 평균을 밑돌았다.

이같은 현상에는 높은 교육비 부담과 소득격차에 따른 위화감이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자율고의 1년 수업료는 360만∼430만원 수준으로 일반고의 3배가량 되며 학생 선택에 따라 추가로 들어가는 학습도 만만치 않다.

기초생활수급자, 법정 한부모가정, 차상위계층은 국가나 교육청에서 학비를 지원하지만 차차상위계층이나 가정 형편 어려운 학생이라고 학교장이 추천한 자는 일부만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나 수업료 지원을 받더라도 부유층 자녀들과 함께 지내는 데서 오는 위축감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성기선 가톨릭대(교육학) 교수는 “학비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적응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과도학 학비 부담을 개선하는 등 구조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사배자 전형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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