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산불 현장서 빛난 ‘방위병’

포항 산불 현장서 빛난 ‘방위병’

입력 2013-03-11 00:00
업데이트 2013-03-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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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2일 앞둔 이상욱 병장, 할머니 위해 헌신

포항 도심을 공포로 몰아넣은 지난 9일 대형 산불 현장에서 전역을 이틀 앞둔 육군 사병의 헌신적인 노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육군 제50사단에 근무하는 상근예비역(옛 방위병) 이상욱(23) 병장.

이 병장은 전역 이틀 전인 지난 9일 오후 4시 30분께 부대 경계병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포항시 북구 용흥동 산불 현장을 지나다가 눈물을 흘리던 한 할머니를 발견했다.

이 병장은 매캐한 연기 속에서 울고 있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인근 마트로 달려가 마스크와 수건을 사서 할머니 얼굴을 감싼 뒤 대피시키면서 집 안에 귀중한 물건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할머니 집은 지붕에 붙은 불이 집 전체로 번지고 있었다.

그는 그러나 할머니 집에 뛰어들어가 LPG 가스통을 잠궈 폭발 위험을 없앤 뒤 방에서 지갑, 반지 등 할머니가 원하던 귀한 물건들을 찾아 재빨리 밖으로 뛰어나왔다.

2분이 채 안 걸리는 시간이었다. 허름한 벽돌로 지은 할머니 집은 결국 몇 분 뒤에 허물어졌다.

이 병장이 조금만 늦게 할머니 집에 들어갔더라면 목숨이 위태로워질 뻔한 긴박한 순간이었다.

새로운 학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 병장은 육군 중위로 근무하는 형(26)과 해병대 준위로 일하는 삼촌(48) 등 군인 가족의 한 사람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의 선행은 당시 현장을 지켜보던 한 주민이 군부대로 연락해 알려졌다.

이 병장은 “상근예비역은 과거 ‘방위병’처럼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군복무를 하지만 현역처럼 21개월을 성실하게 근무한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작은 도움이라도 돼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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