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경로당서…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습니다

아직도 경로당서…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습니다

입력 2013-03-17 00:00
업데이트 2013-03-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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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산불 이재민들 8일째…턱없는 보상에 고통은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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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와 싸우는 소방관 9일 오후 큰불이 난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수도산에서 소방관이 호스로 마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
9일 오후 큰불이 난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수도산에서 소방관이 호스로 마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도 경로당에서 지냅니다. 거처할 집을 마련할 방도가 없어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습니다”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한순간에 이재민이 된 김용길(65)씨는 일주일 전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비록 초라하지만 그래도 몸 편히 누울 수 있는 보금자리를 잃고 헤매는 자신의 처지가 어이없고 앞으로 받을 보상금으로는 변변한 거처조차 마련하지 못할 걱정에 잠도 오지 않는다.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유례없는 대형 도심산불이 발생한 지 8일째.

산불로 김씨처럼 졸지에 집을 잃은 이재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타버린 집처럼 새카맣다.

일주일여가 지났지만 인근 3개 경로당에는 당장 머물 곳이 없는 34명의 이재민들이 간신히 몸만 의지한 채 기약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폐허가 된 집을 찾는다. 혹시라도 손때가 묻은 쓸만한 물건이 있을까 살피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안쓰럽다.

모두가 어려운 처지지만 그래도 수십년을 한 동네에서 같이 살아 서로 위로하고 미래를 걱정해 주는 인정도 나누고 있다.

포항시에서 마련한 보상대책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 집이 완전히 불에 타 다른 곳에 집을 짓거나 매입할 경우에 받을 수 있는 돈은 900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절반인 450만원만 받을 수 있다. 피해주민 대부분이 무허가에 살던 저소득층이어서 당장 집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포항시는 이번 주 내로 공무원, 시의원, 주민대표 등 13명으로 보상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보상액과 보상시기 등을 결정한다.

주민 이영순(55)씨는 “이번 주에 구체적인 보상기준이 마련된다고 하지만 그 돈으로 단칸방이라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원룸이라도 들어가 앞으로 살 방도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지난 주말 중학생의 불장난으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용흥동과 중앙·우창동 일대까지 번지면서 주로 산기슭에 모여 있던 무허가 주택 등 110여채를 태워 버렸다.

48채는 완전히 불에 타 잿더미로 변했고 이재민도 116명이나 됐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북구 용흥동 일대. 복구 일주일째인 17일에도 피해 현장에는 타버린 집을 철거하고 잔해를 수거하는 중장비의 굉음이 요란하다.

매일 굴착기와 트럭 등 중장비 10여대가 동원돼 철거작업을 벌이지만 아직도 절반 밖에 철거하지 못한 상태다.

뼈대만 남은 집과 여기저기 쌓여 있는 잔해와 폐기물 더미.

중장비의 굉음 속에 화마가 남긴 상처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그대로 남아있다. 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인근 공원 내 훼손된 체육시설과 잡목 수거 등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거의 마무리 됐다.

그래도 휴일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 300여명이 현장에 나와 그을린 지붕과 담벼락 도색작업과 등산로 정비, 주변 청소 등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포항시 장종두 자치행정국장은 “복구와 보상이 마무리돼 피해주민들의 생활이 정상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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