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6시간 지나서야 소방당국에 신고
지난 2일에 이어 20일 만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LG실트론 구미2공장 측이 이번에도 늑장 신고 논란을 부르고 있다.LG실트론 구미2공장은 반도체를 만드는 부품인 웨이퍼(wafer)를 제조하는 업체다.
이날 사고는 반도체 장비를 불산, 질산, 초산 등이 섞인 혼산액에 넣어 세척한 뒤 물로 최종 세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가 배관의 미세한 틈에서 새어나온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사고가 난 22일 오후 10시 25분께 당시 작업장에서 일하던 직원 9명이 시큼한 냄새를 맡고 폐수 배관을 확인한 결과 작은 틈에서 폐수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직원들은 바로 흡착포를 이용해 바닥에 흘러내린 폐수를 닦아내고 파손된 배관 틈을 떼우는 등 자체적인 긴급조치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에 사고 발생을 신고한 것은 그로부터 6시간이 23일 오전 4시 23분으로, 사고 규모가 비교적 작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늦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 “인명피해나 큰 재산피해가 없었고 20일 전에 비슷한 사고가 난 전례가 있어서 소방당국에 신고했을 뿐”이라고 밝혀 ‘대기업이 안전사고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일 전인 지난 2일에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당시 이 공장에서 불산, 질산, 초산 등이 섞인 혼산 용액이 필터링 용기 덮개의 균열로 30~60ℓ 새어나왔고 이번처럼 공장 측이 곧바로 자체 방제작업을 벌였다.
당시에 누출된 혼합물은 작업 후공정 중 하나인 에칭(etching) 공정에 사용되는 용액으로 불산이 21%나 섞인 위험물질이었고 작업자 11명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으나 회사 측은 자체 방제에만 몰두하고 소방당국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관할 구미시와 소방당국이 사고 발생 16시간가량 지난 뒤 회사 내부에서 제보를 받고 실트론 측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따져 묻자 마지못해 사고 사실을 시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편, 경찰과 산업안전관리공단, 환경청 등은 이날 또 사고가 발생한 LG실트론 구미2공장을 대상으로 작업 안전 수칙을 준수했는지, 설비관리에 허점은 없었는지, 사고를 은폐하려 한 정황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구미시민 이모(49·자영업)씨는 “명색이 대기업인데 20일 만에 또 유해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니 믿기 어렵다”면서 “대기업의 사회적 위상을 생각해 안전사고와 관련해 적극적이고 투명한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