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 피워 동반 자살했다 두 딸 깨어나자 목졸라 죽여
2011년 말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부근 계곡에서 10대 자매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받아 온 친부모가 2년 만에 부산에서 붙잡혔다. 이 부부는 차 안에 번개탄을 피워 동반 자살을 시도하다가 잠에서 깬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포천경찰서는 11일 이모(46)씨와 부인 정모(37)씨의 신병을 부산 사하경찰서로부터 넘겨받아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편 이씨는 부인 정씨가 직장에서 75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들통날 위기에 처하고, 직장 상사로부터 빌린 5000만원을 갚지 못해 괴로워하자 기분 전환을 해주려고 2011년 2월 14일 12살과 10살 난 두 딸을 데리고 여행에 나섰다.
그러나 이씨는 부인이 여행 내내 괴로워하며 “죽겠다”고 하자, 일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는 것이 낫다며 투숙한 콘도에서 1차 가스배관을 절단해 자살을 시도했으나 창문 틈으로 가스가 새 실패했다.
이씨 부부는 다시 목숨을 끊기로 하고 16일 새벽 산정호수 인근 막다른 길 공터에 승용차를 세우고 차량 안에서 번개탄 3개를 피웠으나 두 딸이 잠에서 깨어나 괴로워하자 부인과 함께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딸의 시신은 10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30일 차에서 각각 1~1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등산객에 의해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부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뒤를 쫓았으나 행방을 찾지 못해 전국에 수배했다.
결국 이 부부는 범행 2년 만인 지난 10일 부산 강서구 송정동의 한 농장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3-04-12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