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베이비부머 “돈 없어 30% 깎여도 노령연금 조기수령”

가난한 베이비부머 “돈 없어 30% 깎여도 노령연금 조기수령”

입력 2013-04-26 00:00
업데이트 2013-04-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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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수급자 10명 중 1명 차지

요양보호사 최모(56·여)씨는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해 월 28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정상적인 수급연령인 61세에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30% 삭감된 액수다. 최씨는 “몸이 아프신 시어머니의 병원비가 너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신청했다”면서 “오래 살아서 연금을 더 받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최씨처럼 조기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당장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 수령액의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조기노령연금의 수급 조건이 지나치게 관대해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정년 연장과 같은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기노령연금은 만 61세에 수령할 수 있는 노령연금을 56~60세 때 앞당겨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 해 앞당겨 받을 때마다 수령액이 6%씩 감액돼 56세 때 수령하면 30% 감액된 금액을 받는다.

2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지난해 말 32만 3238명으로,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 274만여명의 11.7%다. 이 비중은 2008년 7.7%에서 계속 증가 추세다.

베이비부머들의 조기노령연금 신청이 급증한 데에는 은퇴와 이로 인한 노후 빈곤이 주된 영향을 끼쳤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500명과 비수급자(56~64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수급자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62.4%로, 수급자가 비수급자(37.8%)보다 일을 하지 않는 확률이 높았다. 김헌수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들 중에는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했거나, 은퇴 후 재취업을 해도 이전과 같은 급여수준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느는 것은 그만큼 ‘저연금 수급자’의 양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조기노령연금은 정상적으로 받는 노령연금보다 전체 수령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들이 비수급자보다 소득도 적고 근로 기간도 짧은 경향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노후소득마저도 ‘부익부 빈익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조기노령연금의 신청 조건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해는 월 급여가 291만원 이하면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한 연금 전문가는 “연금을 쉽게 앞당겨 받을 수 있으면 일을 포기할 가능성도 높은 만큼, 근로 유인을 높이기 위해 지나치게 관대한 소득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비부머들이 노후 준비를 못한 채 은퇴에 내몰린 상황에서는 조기노령연금의 수급 문턱을 높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정년 연장과 같은 해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등 노동시장 개편을 통해 베이비부머들이 근로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야 조기노령연금 급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3-04-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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