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년 훼손 ‘반구대 암각화’ 새 정부 해결하나

반백년 훼손 ‘반구대 암각화’ 새 정부 해결하나

입력 2013-04-28 00:00
업데이트 2013-04-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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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문화재청·국무총리실 등 해법 모색

반백년 가까이 한 해 절반 이상은 물에 잠겨 훼손돼 온 신석기 문화유적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 문제를 새 정부가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지역 공약에 따라 문화재청은 2017년까지 반구대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 신청하겠다고 나섰으나 그 전에 보존 방안을 확정하고 지역민과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도 적극적인 조정을 하겠다는 태도이지만 암각화 문제를 둘러싸고 10년 이상 끌어온 중앙과 지방 정부, 문화재 관련 학자집단과 지역 주민 간의 다툼이 해결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 반구대 암각화 매년 침수…지속되는 훼손

선사인들의 생활상을 그린 신석기 시대의 바위그림이자 인류 최초의 고래사냥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12월 발견돼 국보 제285호로 지정됐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 암벽에 가로 10m, 세로 3m로 새겨진 암각화엔 사람·호랑이·고래·사슴·늑대·멧돼지·거북 등과 더불어 고래사냥, 배와 어부의 모습 등 307점이 다양하게 새겨져 있다. 암각화 제작 시기는 5천∼7천 년 전인 신석기 시대로 추정된다. 특히 고래사냥을 형상화한 건 인류 최초의 기록으로 통한다.

10세기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서 고래사냥 유적이 발견됐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이보다 훨씬 앞섰다.

그러나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사연댐 건설이 시작됐고 그 이후에 발견됐던 탓에 매년 일정기간 물에 잠기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고도 53∼56.7m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이 60m 만수위가 되면 5∼6개월 가량 침수돼 훼손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상목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고고학 박사)은 28일 “반구대 암각화는 퇴적암에 새긴 그림이고 퇴적암은 물을 잘 흡수하는 암석이어서 물에 잠기면 용해되기 쉽고 겨울철에는 습기를 머금고 있으면 물이 팽창하면서 균열이 일어나 손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겼다 빠졌다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훼손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라며 “암석은 원래 바람에만 노출돼도 훼손되는데 계속 자맥질을 하니 속으로 얼마나 곪았을지, 내일이라도 붕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 42년째 해결되지 않는 난제, 해법없나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지역주민은 물론 중앙·지방정부, 학계, 시민단체 간 합의가 이뤄져 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문화재청과 학계·시민단체는 ‘주변 자연경관 훼손 없는 암각화 보존’이다.

자연경관이 훼손되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어렵기 때문에 사연댐의 수위조절만이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위조절 때 유속이 빨라져 암각화 훼손을 가속할 수 있고 사연댐이 식수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는 게 이 방법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울산광역시와 지역민은 ‘암각화 보존’과 함께 ‘주민 식수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강조해 왔다.

사연댐이 주민 식수 공급원으로서 기능을 유지하려면 생태제방 축조가 현실적인 해답이라는 게 울산시의 견해다.

생태제방을 축조하면 물길 확보를 위해 야산 일부를 절개해야 해서 암각화 주변 자연경관이 변형되기는 하겠지만 비용이 적게 들고 공사를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울산시의 설명이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국무총리실의 중재로 보존방향에 대한 협의를 해오다가 2011년 운문댐으로부터 하루 7만t의 맑은 물을 공급받는 걸 조건으로 사연댐 수위조절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맑은 물 공급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나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합의가 무산됐다.

반구대 암각화가 국보로 지정된 것은 발견된 지 24년 만인 1995년이다. 그러나 바로 한 해 전인 1994년 정부가 공업용수로 사용하던 사연댐을 식수로 전환하려고 사연댐 수위를 현재보다 10m 높여 암각화를 아예 수몰시키려 했던 위기도 있었다.

당시 경부고속도로를 점거하면서까지 격렬한 반대운동을 벌인 끝에 반구대 암각화를 지켜낸 건 지역 주민이었다. 반구대 암각화의 국보 지정을 이끌어내고 명승지 지정을 추진한 것도 모두 지역주민이었다.

박성환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은 “지역 주민에게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는 것은 지방정부로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임무”라면서 “식수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 중앙·지방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목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고고학 박사)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나서기 전부터 암각화를 온몸으로 지켜온 주민들을 문화재도 모르는 사람들로 몰아붙이면 안된다”면서 “문화재청과 지역주민들 모두 오래된 선입견과 불신을 내려놓고 무엇이 암각화 보존을 위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지 원점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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