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태도 안 좋으면 이 대학 학생 뽑지 말자고 할 것”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가 여대 취업 강의에서 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특정 학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학생들은 “취업의 칼자루를 쥔 갑(甲)의 발언이라고 해도 정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지난 10일 숙명여대 ‘성공취업실전’ 강사로 초청된 애경(AK)홀딩스 인사팀 A차장은 수업 시간 중 특정 학생을 가리키며 “과거에 예쁜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었는데 당신보다 예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대생은 피해 의식이 심하다”면서 “여대생들이 사회생활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들이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강사는 개인적인 편견을 인사에 반영하곤 한다는 발언도 이어 갔다. 그는 “카메라를 좋아해 중고거래를 몇 번 했는데 외대 근처 대학생들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면서 “서류 볼 때 그 학교에 불이익을 준다. 입사하면 ‘그 학교 나왔으니 너흰 사기꾼’이라고 괴롭힌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 마지막에는 “수업 태도가 안 좋으면 회사에 가서 숙대생들은 절대 뽑지 말자고 하겠다. 다른 회사 인사팀 모임에서도 말하면 안 듣겠냐”고 밝혔다.
수업에 참가한 한 학생은 “강사가 말한 대로 우리가 ‘피해 의식 심한 여대 출신’이라 예민하게 생각하는 건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정식으로 항의하고 싶었지만 혹시 해당 회사에 지원할 친구들이 취업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돼 문제 제기는 못 했다”고 밝혔다.
강의 후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학교 측은 13일 AK홀딩스에 해당 내용을 통보하고 다음 학기에는 다른 인사담당자를 섭외하기로 했다. 애경 측은 “담당 상관이 직접 학교를 찾아 사과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