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엽총자살사건…”사격장 대여관리만 잘했어도”

하남 엽총자살사건…”사격장 대여관리만 잘했어도”

입력 2013-05-18 00:00
업데이트 2013-05-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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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종합사격장 부실 총기대여·늦장 분실신고로 화 키워

경기도종합사격장에서 엽총을 불법으로 빌려 간 60대 남성이 내연녀를 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격장은 기초적인 확인절차도 무시한 채 이 남성에게 엽총을 빌려 줬으며 총기분실 사실을 경찰에 늑장 신고하는 등 부실한 총기관리 실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18일 경기경찰청과 하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2분께 미사리동 한 공터에서 이모(62)씨와 박모(52·여)씨가 이씨 소유의 소렌토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와 박씨의 왼쪽 가슴과 왼쪽 등 뒤에서는 총탄에 맞은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이별 뒤에도 박씨에게 연락하며 협박해 고소된 상태였다’는 점 등 정황상 이씨가 박씨를 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씨가 범행에 사용할 엽총을 구하는 데 별다른 제약은 없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클레이 사격 동호회 회장이었던 이씨는 사고 전날인 17인 오후 1시 5분께 평소 친분이 있던 사격장 인근의 한 총포사 사장의 도움으로 경기도종합사격장에서 타인 명의의 엽총을 빌렸다.

총포사 사장은 사격장에서 총기와 탄환을 관리하는 청원경찰에게 “이씨가 지금 올라가니 엽총을 대여해줘라’고 부탁했고 청원경찰은 별다른 의심 없이 총을 내주었다.

청원경찰은 총기를 사격장에 보관한 소유자들이 총기를 대여할 때 신원과 총기번호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빌려간 총기는 외부로 반출할 수 없으며 당일 오후 6시 전까지 반납해야 한다.

하지만 이씨는 엽총을 빌린 뒤 그대로 사격장을 빠져나갔다. 사격장 내부 보안에도 구멍이 뚫린 셈이다.

심지어 청원 경찰은 총기가 반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후 6시께 확인하고도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해 화를 키웠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 상 마지막으로 파악된 박씨의 위치와 시각이 17일 오후 6시 23분 구리 수택동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분실신고가 조금만 빨랐어도 참사를 막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사격장 운영과 관리를 맡은 경기도체육회 이상헌 감사반장은 “회원들이 가끔 사격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고 늦게 반납하기도 해 직원이 경찰에 늦게 신고한 것 같다”며 “자세한 내용은 현재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1999년 설립된 경기도종합사격장은 경기도 산한 경기도체육회에서 수탁운영하는 민간사격장이다.

7만5000여㎡ 규모의 사격장에는 11개 종류의 권총과 5개 종류의 엽총 등 백여 정의 총기와 탄환을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청원경찰 4명이 2인 1조로 교대 근무하며 ‘대형’ 탄약고를 관리하고 있어 총기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찰은 해당 청원경찰과 사격장 운영자를 대상으로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등을 준수했는지 조사해 처벌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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