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 손익계산서

홍준표의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 손익계산서

입력 2013-05-29 00:00
업데이트 2013-05-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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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과시, ‘공공의료’ 전국이슈화 등 성과”정치 야심 위해 편가르기” 지적’불통’ 지적도 많아

집권당 대표 출신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결국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했다.

도지사에 취임한 지 160일, 취임 68일 만인 2월 26일 폐업 방침을 밝힌 지 92일 만이다.

그는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 와중에 중앙 정치 무대 출신이라는 존재감을 스스로 드러냈고 특유의 ‘홍준표 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이번 사태를 시종 주도하면서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활동 무대를 지방으로 옮겨 도지사에 당선된 후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한계가 무색하게 전국적인 이슈 중심에 서는 데는 확실히 성공했다.

지방의료원 문제는 ‘지방 사무’라는 입장을 고수, 중앙정부와 과감히 맞서는 ‘맷집’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 이후 보건의료노조는 물론 야당, 국회 보건복지위, 보건복지부에서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비판과 정상화 권고를 했지만 그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받아치면서 존재감을 전국적으로 각인시키는 수완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과 노동계는 진주의료원에 대한 그의 극약 처방이 정치적 야욕 달성을 위한 방편이라고 비난했다. ‘보수진영의 아이콘’으로 부각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폐업 방침 발표가 엄청난 논란과 갈등을 불러왔지만 역설적으로 공공의료 문제를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시킨 것은 홍 지사의 공이라는 것은 의료노조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는 의료원 노조를 ‘강성·귀족노조’로 규정, 잇따라 공격하면서 공무원들은 물론 보수층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는 각종 비리로 도민 세금을 낭비해온 집단으로 노조를 매도했고 의료원을 ‘노조 해방구’라고 비난했다.

초반에는 노조와 야권 역시 홍 지사의 ‘강성노조 프레임’에 갇혀 제대로 대응하지 못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홍 지사와 도의 주장이 먹히는 분위기였다.

이 부분에 대해 세간에서는 정치적 야심이 있는 홍 지사가 국민 사이의 ‘강성노조 혐오’ 심리에 편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시일이 지날수록 비리와 부실경영의 책임은 의료원 경영진이나 경남도에 더 크게 있다는 노조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화살은 다시 홍 지사에게로 집중됐다.

노조와 야권은 ‘강성지사’, ‘경남은 홍 지사 해방구’라며 홍 지사를 비난했다.

이에 홍 지사는 “증세 없는 복지를 하려면 엉뚱한 곳, 배부른 노조에 복지 예산이 새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대응했다.

이 말은 복지 확대를 희구하는 국민을 끌어안는 한편으로 복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증세는 주저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하거나 차별화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낳았다.

동시에 세금을 ‘배부른 귀족노조’에 주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3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의료원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종교계 인사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밖에서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왔지 다음 자리를 염두에 두고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실제론 당내 ‘차기 주자’들의 공격을 받으면 지나치리만큼 강하게 역공을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료원 문제를 비판한 김문수 경기지사나 남경필 의원에 맞서 거친 표현을 써 가며 비난한 것이 그것이다.

최근 홍 지사는 주요 ‘현장’을 열심히 다니며 도민들이 향후 50년간 먹고 살 수 있는 성장동력 만들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진주의료원만큼은 폐업이란 극단의 선택을 하기 전에 한 번도 현장을 방문하지도, 노조와 대화를 하지도 않았다.

홍 지사가 당장 맞닥뜨릴 정치적 과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되는 것이다.

지난해 당내 경선 과정에서 도청 마산 이전을 들고 나온 그는 취임 후에도 도 단위 주요 기관 서부경남 이전, 서부 청사(제2 경남도청사) 개청 등을 거론하며 통합보다는 분열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남지역 야권이나 보건노조 등에서는 홍 지사의 ‘불통’ 이미지를 강하게 비난했고 정치권에서는 ‘홍준표 지사를 누가 말려!’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민주개혁연대 석영철 대표는 그를 향해 경남 민심을 서부와 중부로, 진보와 보수로 나누고 통합창원시는 옛 마산과 창원으로 가르는 등 ‘편 가르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자신이 부인하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든 홍 지사는 ‘주류’ 진입을 위해 끊임없이 단련해왔고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정치인 것은 사실이다.

그가 말했듯이 진주의료원 사태가 그의 정치적 역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든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지만 그 평가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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