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250억 빼돌린 직원놓고 치열한 양형 공방

회삿돈 250억 빼돌린 직원놓고 치열한 양형 공방

입력 2013-05-30 00:00
업데이트 2013-05-3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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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양형 심리모델’ 시범 적용…검찰, 징역 15년 구형

중소기업 자금담당 직원 A씨는 2008년부터 인감을 위조해 회삿돈 250억원을 횡령했다.

A씨는 이 돈으로 90평대 아파트에 살며 고가의 수입차를 몰았다. 내연녀 5명에게 매주 수백만원씩을 건네기도 했다. 나머지 돈은 선물상품에 투자했다가 대부분 손실을 봤다.

몇 년에 걸친 범행은 올해 초 꼬리를 밟혔다. A씨는 업무상 횡령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A씨에게 어느 정도의 양형이 적절한 처벌이 될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천대엽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30일 양형심리를 벌였다.

양형심리는 범죄유형, 양형 가중·감경 사유, 권고 형량 범위 등에 관해 양형 기준을 바탕으로 검찰과 변호인이 직접 의견을 제시하고 공방하는 절차다.

지금까지 법정에서는 범죄행위에 대한 사실관계와 유·무죄 여부를 주로 다퉜다. 양형은 구형과 최후변론에서 짧게 언급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정해진 형이 자의적일 수 있고 국민의 법 감정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방법원의 재판부 몇 곳이 양형 심리모델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심리에 앞서 “양형 기준은 추상적 기준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서 같은 양형 요소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일반적인 양형 기준을 사건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피고인의 선고형 결정에 큰 의미를 가지는 만큼 양형심리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충실히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쟁점은 A씨가 범죄 수익을 의도적으로 은닉했는지,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볼 수 있는지였다.

검찰은 “수년간 잔고증명서 등을 위조해 지속적으로 범행했고 회사의 신뢰관계를 악용한 만큼 죄질이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어 “피해자가 많고 실질적으로 회사 운영을 어렵게 만든 점, 범죄 수익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문서를 위조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점을 가중 요소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변호인은 “범죄수익을 은닉했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회계를 담당했기 때문에 분식 등을 통해 횡령 사실을 덮을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변론했다.

변호인은 “범행에 회사 계좌를 이용해 모든 증거가 그대로 남아있다”며 “나중에 돈을 채워넣으려 했다는 피고인의 주장도 타당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범행 전체를 자백하고 재판 내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경 요소로 고려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돈을 떼인 회사의 임원도 발언권을 얻어 “내연녀 5명에게 모두 47억8천만원을 이체했고 돈을 받은 여자들이 1∼2시간 안에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며 A씨가 횡령한 돈을 숨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1시간 여에 걸친 치열한 공방 끝에 검찰은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다음달 4일 오전 10시에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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