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나경술(52) 공개수배…공범 1명 추가 검거 조사중

변조한 100억원짜리 수표로 돈을 인출해 달아난 일당 가운데 전직 경찰관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데 이어 핵심인물이 1년 전 유사한 수법으로 수십 억원을 챙겨 달아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공개수배했다.

경찰은 또 범행 기획단계부터 사건에 개입해 온 금융브로커 장모(59)씨를 긴급체포, 조사를 마치는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해 8월 표지어음을 위조해 이를 담보로 47억여원을 챙겨 달아난 나경술(52)이 이번 수표변조 사건에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28일 공개수배했다.

경찰은 사흘전 검거한 공범 주모(62)씨로부터 나씨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나씨는 지난해 8월 위조한 어음을 담보로 47억여원을 대출받은 혐의(유가증권위조 등)로 같은해 11월 체포영장이 발부돼 경찰이 쫓아왔다.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는 범행에 가담한 은행 지점장과 전직 직원 등 3명을 구속하는데 그쳤고 나씨와 위조기술자 등 4명은 검거하지 못했다.

나씨가 이번 사건 당일인 지난 12일 오후 서울 명동 A호텔 커피숍에서 앞서 공개수배된 김규범(47), 김영남(47)과 함께 있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것도 공범 주씨 조사과정에서 확인됐다.

경찰은 앞서 범행 당일 두 김씨와 5∼6명이 함께 있는 모습이 찍힌 A호텔 커피숍 CCTV를 확보해 분석 중이었으나 두 김씨를 제외한 나머지 일당의 신원이 특정 안돼 어려움을 겪어왔다.

A호텔은 일당이 거점으로 활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하루 전 검거된 금융브로커 장씨가 범행 전에 나경술, 김규범, 김영남과 함께 만났다는 공범 진술도 확보, 장씨를 상대로 역할과 범행과정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장씨가 범행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장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범행 전날인 11일 밤 7∼8년전부터 업무관계로 알고 지낸 국민은행 수원 정자점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12일 아는 사람이 100억원 수표를 예치하러 갈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가장 ‘윗선’을 나경술로 보고 있다. 그 밑에 최영길과 김규범, 김영남, 주씨 등이 있고 현금 인출책과 환전책들은 맡겨진 일만 처리하고 대가를 받는 심부름 역할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변조 수표로 인출한 100억원 가운데 김규범이 5억원, 김영남이 1억원, 주씨가 2억원, 인출책(3명)과 환전책(4명)이 2억원을 챙겨 10억원 가량만 돈의 행방이 확인된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자신들 몫의 돈은 명동 주변 남산 3호터널과 모 호텔 앞에서 윗선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행방이 묘연한 나머지 85억∼90억원을 주범격 미검자인 나경술, 최영길과 신원이 확인 안된 공범들이 나눠 가졌을 것으로 보고 주범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이번 범행의 기획단계부터 개입한 주씨와 장씨, 현금 인출책 3명, 환전책 4명 등 모두 9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대부업자 박모(45)씨가 100억원짜리 수표 원본을 범인들에게 보여주거나 빌려준 일이 없다고 진술함에 따라 은행 직원이 가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한편 전직 경찰로 밝혀진 공범 최영길은 1982년 경위 특채로 경찰에 입문해 근무하다 1990년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주로 데모나 시위 진압을 담당) 재직 중 국유지를 불하받게 해주겠다며 동창생에게서 3천100여만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