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설립기준 완화하니 대포통장개설 등 범죄 악용

법인설립기준 완화하니 대포통장개설 등 범죄 악용

입력 2013-07-10 00:00
업데이트 2013-07-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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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된 법인설립 기준을 악용해 유령법인을 세우고 대포통장을 만들어 대출 사기단 등에게 넘기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애초 서민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법인설립 기준을 완화한 것이지만 ‘부작용’이 계속되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남 마산동부경찰서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김모(30)씨는 노숙인들을 끌어들여 유령법인을 세워 대포통장을 개설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서울역이나 수원역 등지에서 노숙하던 이모(54)씨 등 10여 명의 노숙자를 대표로 내세워 60여 개의 유령법인을 세우고 대포통장 600여 개를 개설했다.

이렇게 만든 대포통장들은 개당 50만∼100만원을 받고 대출 사기단이나 인터넷 불법 도박단에 팔아넘겼다.

김씨에게서 대포통장을 사들인 대출 사기단은 18명에게서 수수료 등 명목으로 5천70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함께 구속된 공모(37)씨 등 3명도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유령법인의 위임자로 행세하는 등 방법으로 200여 개의 대포통장을 개설하거나 사들여 개당 50만원을 받고 대출 사기단에 판 것으로 드러났다.

유령법인을 세운 뒤 대포통장을 무더기로 개설해 범죄 조직 등에 넘긴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지난 1월 유령법인을 만들어 대포통장 400여 개를 개설한 뒤 개당 80만∼100만원을 받고 중국 대출 사기단에 팔아넘긴 혐의로 이모(51)씨 등 6명을 구속했다.

이에 앞서 경북 성주경찰서는 지난해 12월 8개의 유령법인을 만들어 200여 개의 대포통장을 만든 뒤 개당 50만원을 받고 대출 사기단에 판 혐의로 김모(57)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이런 범죄는 2009년 상법 개정 이후 법인설립 때 필요한 자본금 제한 규정이 없어지면서 단 100원만으로도 법인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종전에는 최소 5천만원의 자본금이 있어야 법인설립이 가능했지만 소규모 창업 등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 기준을 없앤 것이 범죄자들의 손쉬운 표적이 된 것이다.

게다가 개인은 한 은행에서 1∼2개의 계좌 개설만 가능하지만 법인은 8개 정도까지 만들 수 있어 한 번에 많은 대포통장 개설을 원하는 범죄자들이 법인설립의 ‘용이함’을 등에 업고 유령법인 설립을 노리고 있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실제 2009년 이후 범죄에 사용된 대포통장 대부분이 법인명의로 돼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처럼 범죄자들이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자 등록 및 대포통장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법원 등기소, 세무서, 은행 등 관련 기관이 유령법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사업장 존재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도 규정상 필요한 서류를 다 갖췄는지 형식적으로 따지는 데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허점을 틈 타 개설된 대포통장들은 무더기로 대출 사기단이나 불법 도박단에 넘겨져 또 다른 범죄를 낳는 것이다.

명의도용 등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인설립 기준 강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영진 마산동부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은 “완화된 법인설립 기준을 악용한 범죄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법 개정 등을 통해 법인설립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법인설립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유령법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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