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제조사, 가습기 살균제 독성 알고 있었다”

“원료 제조사, 가습기 살균제 독성 알고 있었다”

입력 2013-07-13 00:00
업데이트 2013-07-1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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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 부처간 이견·與 대부분 불참… 반쪽짜리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를 제공한 SK케미칼이 10여년 전부터 원료의 흡입 독성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국내기업이 가습기 살균제 사고가 인지되기 시작한 2011년까지는 원료의 흡입독성을 몰랐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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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관련법 공청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로 폐손상을 입은 임성준(앞줄 맨 오른쪽·11)군이 산소공급 튜브를 코에 끼고 공청회장에 앉아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관련법 공청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로 폐손상을 입은 임성준(앞줄 맨 오른쪽·11)군이 산소공급 튜브를 코에 끼고 공청회장에 앉아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호주 국가산업화학물질 신고·평가기관이 작성한 2003년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SK케미칼이 생산한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디닌)가 흡입 시 유해하다는 정보를 호주 당국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심 의원에 따르면 SK글로벌(호주법인)이 SK케미칼의 PHMG를 호주로 수입하기 위해 SK케미칼 특수화학물지부에서 시행한 PHMG에 대한 유독성 정보를 호주 국가산업화학물질 신고·평가기관에 제공했다.

심 의원은 “통상 독성평가를 하는 데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SK케미칼은 2000년 전후부터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 독성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케미칼은 “과거 PHMG를 생산, 공급하면서 흡입을 경고하는 내용이 포함된 물질 안전 보건 자료(MSDS)를 제공했다”며 “(PHMG를) 가습기 살균제 제조와 관련된 업체에 판매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으로부터 신고된 401명의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127명이 사망했고, 사망자 중 56명이 3세 이하의 영·유아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관련법 공청회’에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정부 부처 간부들이 참석했지만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환경부 측은 “특별법 제정보다는 현행 제도하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등록 지정, 희귀성 질환 지정, 기부금 조성을 통한 지원 등을 거론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대부분의 방안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귀태 정쟁’ 때문에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이 불참하는 등 공청회는 ‘반쪽’으로 파행됐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13-07-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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