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변조수표 사기 진상드러나…주범 강남서 검거

100억원 변조수표 사기 진상드러나…주범 강남서 검거

입력 2013-07-15 00:00
업데이트 2013-07-1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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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여원 진짜 수표용지 빼돌려 ‘100억원’짜리로 변조경찰, 주범 검거로 ‘1천억원짜리’ 또다른 사기 막아

100억원짜리 변조수표 사기사건의 주범 나경술(51)과 최영길(61)이 경찰에 검거됐다.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100억원대 사기사건의 진상이 사건 한달여 만에 밝혀졌다.

특히 공개수배 중이던 나씨가 1천억원대 또 다른 금융사기 범행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100억원짜리 수표를 변조해 현금으로 인출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나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나씨는 지난해 10월 사건을 총괄 기획하고 지난달 12일 국민은행 수원 정자지점에서 최영길을 통해 100억원짜리 변조수표를 최씨 법인 명의 계좌 2곳에 분산 이체한 뒤 현금화해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변조수표를 은행에 제시해 계좌로 돈을 입금받아 또다시 다른 계좌로 분산 이체하는는 등 인출과정에 개입한 혐의다.

그간 수사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주범급 관련자 김모(42·사채업자)씨는 100억원짜리 변조수표를 만들기 위해 자기 돈으로 1억여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발행하고 최씨를 100억원의 실제 주인 박모(45·대부업자)씨에게 소개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나씨는 서울 강남 한 오피스텔에 숨어살다 지난 12일 오후 잠복해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13일 오전 부산의 친척 집에서 붙잡혔다.

이로써 경찰은 나씨 등 일당 14명을 검거, 이중 국민은행 한강로지점 김모(42·구속)차장과 김영남(47) 등 2명을 구속하고 나씨와 최씨, 사채업자 김씨, 금융브로커 장모(59)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인출책 정모(44)씨 등 8명(1명 사망)을 입건한 상태다.

공개수배된 김규범(47),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수표 위조책, 나씨를 호위하던 경호책 등 일부 잔당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나씨는 지난 1월 국민은행 김 차장을 통해 일련번호만 있고 금액은 찍히지 않은 자기앞수표 진본 용지를 확보했다.

김 차장은 사채업자 김씨가 자기 돈으로 1억여원짜리 수표를 발행할때 A4용지에 찍은 가짜 수표를 내주고 진본 수표 1장을 따로 빼놨다가 나씨에게 진본수표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나씨는 실제 돈주인 박씨가 국민은행 동역삼지점에서 정상 발행한 100억원짜리 수표의 일련번호 일부가 가려진 수표 사본을 최영길을 통해 넘겨받았다.

나씨는 위조책(미검)에게 진본 백지수표를 넘겨 발행번호를 지운 뒤 컬러 잉크젯 프린터로 100억원짜리 수표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변조 수표 금액부분에는 잉크젯 프린터가 사용됐다”고 감정했다.

일반적으로 은행에서는 수표 액면금을 찍을 때 잉크젯 방식이 아닌 타발기(도트프린트 방식)로 찍지만 국민은행은 잉크젯 방식으로 액면금이 쓰인 변조수표를 감별해 내지 못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나씨 일당은 이 수표를 한화 2억5천만원과 67억원 상당의 미화, 30억원 상당의 엔화 등으로 바꿔 현금화했다.

100억원 중 나씨는 18억여원을 챙겼고, 돈주인과 사기단을 연결해 준 사채업자 김씨에게는 33억여원을 줬다.

또 역할에 따라 최영길에게 3억여원, 김규범과 김영남, 조모(59)씨, 금융브로커 장씨 등 4명에게 24억원, 환전책 7명에게 7억여원 등을 분배하고 5억여원은 각종 수수료 명목 등으로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은행 김 차장은 5억여원을 받기로 했다가 실제 돈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배금액은 피의자들의 주장일 뿐이어서 정확하지는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특히 검거 당시 나씨는 또다른 1천억원대 금융사기 범행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 김 차장을 통해 가짜 통장을 만든 뒤 잔고증명을 빌미로 재력가로부터 800억∼1천억원을 입금받아 가짜통장을 내주고, 진짜 통장을 빼돌렸다가 돈을 인출한다는 계획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수표의 발행번호를 지우고 정교하게 변조한 위조책을 아직 검거하진 못했지만 주범들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냈다”며 “나씨 등은 또다른 범행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경찰에 검거되면서 더 큰 사기사건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경위를 밝히는 한편, 잔당 검거와 자금회수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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