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남북대화록 실종’ 수사…회의록의 비밀 풀리나

檢 ‘남북대화록 실종’ 수사…회의록의 비밀 풀리나

입력 2013-07-28 00:00
업데이트 2013-07-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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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탄생-MB정부 이관 과정·관여자 ‘고강도 조사’ 전망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에 대한 검찰의 본격 수사로 ‘대화록 실종’ 논란의 진실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광수 부장검사)는 지난 25일 사건을 배당받자마자 관련자 출국금지, 고발인 조사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대화록의 존재와 삭제 또는 폐기 가능성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광범위한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 회의록 ‘탄생의 비밀’ 있나 = 노무현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은 2007년 10월 3일 평양에서 열렸다.

당시 배석한 조명균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디지털 녹음기로 회담을 녹음했다.

그러나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아 청와대는 특수장비가 있는 국가정보원에 녹음기를 보냈고 국정원은 일주일 만에 녹취록을 만들어 초안 2부를 생산했다.

국정원은 이 가운데 종이 문서 1부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노 전 대통령은 문서를 국정원에서 보관·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국정원이 공개한 문건이 그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 문서에 자신의 메모와 각종 자료를 취합해 최종본을 만들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전자문서로 생산·관리해야 하며 전자적 형태로 생산되지 않은 기록물도 전자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조 전 비서관은 최종본 전자문서를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 올렸다고 한다.

이 문서는 상급자인 백종천 외교안보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청와대는 국정원 초안은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발된 이유’ 궁금 = 여야는 최근 성남의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서 세 차례나 검색 작업을 벌였지만 회의록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애초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이지원에서 회의록을 삭제한 채 기록원에 넘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관된 회의록을 이명박 정부가 삭제 또는 폐기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회의록은 존재하는데 못 찾은 게 아니냐는 주장도 조심스레 나온다. 훼손된 채 이관됐거나 문서 변환 과정에서 파일이 깨졌다면 검색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에는 역대 대통령 11명과 권한대행 3명 등 총 14명의 기록물 1천957만279건이 소장돼 있다. 이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물은 755만여건이다.

◇ 수사 쟁점은 = 근본적인 의문부터 풀어야 한다. 국정원 보관본 외에 청와대가 별도의 ‘대통령기록물 회의록’을 만들었는지 여부다.

수사를 통해 별도의 회의록 제작이 확인된다면 다음 단계는 이지원에서 팜스(PAMS·대통령기록물 관리시스템)로 회의록이 이관되는 과정에서 누락 사고가 발생했는지 등 ‘기술적인 오류’를 살펴야 한다. 기록원에서 보관 도중 회의록이 훼손됐을 가능성도 관심이다.

민주당 측은 기록원의 기록물 중 12만건 이상의 기록물에서 보호기간 표시가 누락되거나 일부 첨부문서 파일이 누락된 사실이 있다며 기술적 오류나 실수 가능성을 주장한다.

누군가 회의록을 적법한 절차 없이 삭제 또는 은닉했다면 처벌을 받게 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은닉·유출·손상·멸실)이나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파기·국외반출)에 처해진다.

검찰은 조만간 관련 절차를 밟아 기록원 문서를 열람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전망이다.

대통령기록물을 수사기관이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

◇ 누가 조사받나 = 회의록 생성·보관에 관여한 참여정부 인사들은 ‘0순위’다.

핵심 인물은 회담 내용을 녹음했고 회의록 최종본을 이지원에 올린 것으로 알려진 조 전 비서관이다.

백종천 전 외교안보실장 외에 회의록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했다고 알려진 이창우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 이관 작업을 지휘한 김정호 전 기록관리비서관도 거론된다.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을,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기록관장을 역임한 임상경 전 관장도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등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기록물 담당자 및 전·현직 기록원 직원들도 조사 대상이다.

◇ 이지원과 팜스, 뭐가 다른가 = 이지원에서는 중간 보고를 거쳐 대통령까지 문서가 전달된다. 중간 단계에서도 문서를 고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중간에 수정해도 원본 문서는 따로 보관된다. 수정자와 수정 이유 및 해당 부분 등의 기록이 남는다. 참고한 다른 자료의 링크도 저장된다.

애초 이지원을 개발할 때 문서 삭제 기능은 없었다. 따라서 문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대통령에게 보고된 기록물은 이지원→ 비서실 기록관리 시스템(RMS)→ 이동식 하드디스크→ 팜스(PAMS) 등 4단계를 거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다.

팜스는 이지원과 저장·관리 방식이 다르다는 게 변수다.

한글·엑셀 등 파일 자료를 문서 보존 포맷(PDF)으로 변환하고 원본과 PDF를 묶어 장기 보존 포맷(XML)이라는 특수파일 형태로 바꿔 암호화해 저장한다.

암호화로 인해 기록물을 일반 검색 방법으로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보안상 요약 데이터가 없는 기록물도 있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에는 이지원의 프로그램 소스와 원본 자료만 있다. 따라서 이지원을 구동하려면 서버가 필요하고 운영체계,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 검찰이 이관 절차를 되짚어보기 위해 이지원 시스템을 재구동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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